뷰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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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801년 3월4일 미국은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해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나라가 됐다. 제2대 대통령이자 연방당 소속이었던 존 애덤스는 선거에서 패하자 날이 밝기도 전에 워싱턴D.C.를 조용히 떠났다고 한다. 불과 몇 시간 뒤 민주공화당 소속의 토머스 제퍼슨이 미국의 제3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한 인류사적인 사건이었다.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것은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길이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정권의 이양이 당시엔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이었던 것이다. 뉴욕대 정치학 명예교수인 아담 쉐보르시크는 "민주주의는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도 저서 '극단적 소수는 어떻게 다수를 지배하는가'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힘은 선거가 아니라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즉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필
"기업인이 배임 혐의로 한 번 재판에 넘겨지면 무죄를 받게 되더라도 수 년이 소요됩니다. 그 사이 기업은 만신창이가 되죠. " 최근 만난 한 재계 관계자는 여당이 형법상 배임죄의 '경영판단 면책 원칙'을 명문화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상·형법 개정안을 추진한단 소식을 반기며 이같이 말했다. 배임죄는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량이 과도함에도 구성 요건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검찰이 대기업 총수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보복 수사의 수단으로 활용한단 비판이 재계에서 꾸준히 지적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검찰의 전가의 보도 때문에 총수가 배임 혐의를 받는 기업도, 받지 않는 기업도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하기 상당히 부담됐던 것이 사실이다. 자칫 타깃이 될 경우 기업인에 대한 기소만으로 기업이 받는 유·무형적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장을 옭았던 주요 혐의 중 하나가 바로 배임이었다.
"이재명정부 인사, 꽤 괜찮았죠. 강선우 논란이 있기 전까지는요. " 한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정말 그랬다. 내각과 참모진을 구성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초반 행보는 신선했다. 계파색 옅은 젊은 대통령비서실장, 관료 출신의 정책실장, 관록의 안보실장의 조합으로 대통령실을 꾸렸다. 장관엔 기업인 출신, 보수 진영 출신을 발탁했고 심지어 직전 정권의 장관까지 유임시켰다. 파격의 연속이었다. 국민들은 높은 지지율로 화답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와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 논란으로 모든 게 달라졌다. 이 전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 등은 심각했지만 진부했다. 국민정서를 날카롭게 파고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지명철회를 통해 조기에 논란을 진화했다. 하지만 강선우 전 후보의 보좌진 갑질 논란은 얘기가 달랐다. 국민들, 특히 청년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 대통령이 임명 강행으로 가닥을 잡자 들불은 더욱 크게 번졌다. 결국 뒤늦게 강 전 후보가 자진사퇴를 선언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새 정부엔 큰 상처를 남긴 뒤였다.
#1. 2017년 11월7일, 서울중앙지검이 전병헌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측근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날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를 찾아온 날 검찰이 현직 대통령의 핵심 참모 측을 압수수색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우린 정치 일정 같은 거 신경 안 쓴다"고 했다. 검찰 출입기자 시절 옆에서 지켜본 윤 전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혐오했다. 아니 최소한 그렇게 보이려고 했다. 국회 얘길 하면 일부러 관심 없는 척 했다. 대학 동문 등 본인과 친분이 있는 일부 정치인 얘기가 나올 때만 반응을 보였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윤 전 대통령은 조국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맞선 수사를 이끌며 '보수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듯한 그의 태도는 오히려 지지자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실제로도 의회 정
"저도 어제 반팔 입었어요. "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주초. 일부 대통령실 직원들이 반팔 와이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이들은 미소지으며 '반팔은 자율'이라는 게 대통령실 방침이라고 했다. 정작 이재명 대통령은 반팔을 입지 않아 살짝 눈치가 보인다면서도 정권초 막대한 업무량에 복장이라도 한결 간편해진 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 '노타이'로 등장해 직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공직자들의 반팔 차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겠으나 지금은 이 대통령의 탈권위 행보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3일 연속 점심시간 구내식당과 매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유의 유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달 25일 광주 '타운홀미팅'에선 한 참석자의 요청에 따라 "오빠라고 생각하고"라며 분위기를 풀었다. 지난달 26일 점심에는 대통령실 인근에서 대구탕을 먹겠다며 시민들과 만났고, 지난 11일 저녁 광화문 고깃집에선 직장인들의 회식 아이템인 앞치마를 걸치고 직접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만들어 돌렸다.
우리나라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 제도는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을 거치게 하고 이를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인사청문 제도는 국민이 공직 후보의 업무 수행 능력과 도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인사청문회는 매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권의 국정운영이 변곡점을 맞을 때마다 최우선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국무총리를 비롯해 내각을 구성해야 하는 정권 초기, 잇따른 인사청문회는 곧 새 정부의 국정 동력이 걸린 첫 '시험대'가 된다. 그런데 정권을 거듭할수록 인사청문 보고서 미채택률이 높아지고 있다. 인사청문 대상이 모든 국무위원으로 확대된 건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이다. 국회입법조사처와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에선 81명 중 5명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돼 인사청문 보고서 미채택률이 6%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필리핀이 일본과 해상 합동훈련을 하는 모습 보세요." 한·일 정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나란히 불참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25일 한국 고위 외교관은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일관계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다. 과거사만 보면 일본과 필리핀은 협력이 불가능한 국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공으로 필리핀인 약 50만명이 사망했고 1000명 넘는 여성이 위안부로 끌려갔다. 일본군은 당시 전투로 40만명 이상이 죽거나 실종됐다. 그런데도 양국은 2023년 남중국해에서 미·일·필 첫 해상훈련을 실시한 뒤 매년 양자 합동 군사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해상력 증강이 공동의 위협으로 부상하자 과거를 초월해 군사동맹급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일본은 중국의 해상력 확대를 최대 안보 위협으로 상정하고 있다. 중국이란 위협 앞에 우리나라의 처지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4.10 총선과 2025년 6.3 대선. 1년2개월 간격으로 열린 두 개의 선거는 대한민국 보수에 큰 상처를 남겼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어진 헌정사상 2번째 대통령 파면. 그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보수정당의 '적장자' 국민의힘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며 집권 3년 만에 다시 야당이 됐다. 107석에 불과한 의석으론 167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상대하기에 버겁다. 이 시점에서 보수정당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어떻게 다시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인가.'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권력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적 축이다. 문제는 윤석열정부 시기 국민의힘은 이러한 본연의 기능을 잃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당의 일체화, 비판세력에 대한 배척, 청년·수도권·중도층 유권자 민심과의 괴리는 결국 당의 외연을 갉아먹었다. 20·30세대, 수도권 유권자들 사이에선 보수정당에 대한 피로감이 감지된다. '수구'의 이미지가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여전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가 이 정도인데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는 어떻겠어요?" 지난해 10월 환노위 국정감사장에서 만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태블릿PC를 손에 쥔 채 회의장 안팎 곳곳에 쌓인 서류 더미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종이 없는 국감'을 치르겠다고 선언했지만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였다. 당시 국회 복도는 '멀티탭의 지옥'이었다. 몇 없는 벽면 콘센트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멀티탭의 끝에 연결된 것은 프린터였다. 피감기관들이 답변 자료를 현장에서 출력할 수 있게 프린트들을 챙겨서 온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의원과 보좌진들은 출력물을 잘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자문서를 확인하는 것이 보편화돼서다. 태블릿PC 등을 들고 다니며 자료를 확인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진 상황에서 피감기관들은 여전히 '출력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종이 소비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전무하다. 국회와 피감기관 등이 각자의 예산으로 종이를 구입하
'김웨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의 첫 원내사령탑을 맡게 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두고 지지자들이 붙인 애칭이다. 그의 이름인 '병기'가 무기(weapon)란 뜻의 단어와 음이 같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국가정보원 출신 이력에 단호한 어투, 강단 있는 면모가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별명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실제 김 원내대표의 스타일은 겉으로 보여지는 강한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김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생각보다 훨씬 정이 많다.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평소 의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당내에 이견이 발생할 때면 물 밑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묵묵히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김 원내대표는 노련한 협상가이자 설득가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 21대 국회 당시 군 복무자를 예우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SNS(소셜미디어)에 썼던 진정성 담긴 글은 진영을 막론하고 공감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트
#1. "2개의 잘못이 하나의 옳음을 만들 순 없다." 큰 키에 부드러운 스윙을 가져 '빅이지'(Big Easy)란 애칭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프로 골퍼 어니 엘스. 그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엘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해 라마포사 대통령이 특별히 초대했다. 이날 정상회담 시작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백인들의 피해 사례들을 거론하며 라마포사 대통령을 압박했다. 흑인들이 백인들을 상대로 '집단학살'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으며 백인 농장주들의 땅을 빼앗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남아공 내 심각한 흑백 갈등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남아공의 악명높은 인종분리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는 1994년 넬슨 만델라의 집권과 함께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그러나 그 잔재와 그에 대한 흑
"아버지 간병비가 걱정이거든요. 그래서 대선 후보들의 간병비 지원 공약을 보고 투표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공약도 더 꼼꼼히 비교하게 됐습니다." 평소에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한 30대 주부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혹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똑같다"고 하지만 설마 공약을 하나도 안 지키랴. 정치 무관심층이었던 주부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그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약이었다. 6·3 대선의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전통시장과 번화가로 나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비상계엄 이후 차갑게 식은 경기를 거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20대 여성은 "정치가 우리 삶에 이렇게 영향을 주는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상인도 많았다. 20·30대 취업준비생에게 '누구를 지지하냐'고 물었을 때 그들의 정치 성향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