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1. "강자는 할 수 있는 걸 하고, 약자는 당해야 할 걸 당하는 법이다."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나 할 법한 말이다. 자유와 정의를 중시한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지도자가 한 말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기원전 416년 고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 밀리던 아테네는 약소국 멜로스를 희생양으로 택했다. 스파르타와 혈연 관계에 있지만 공식 동맹은 아닌 멜로스는 섬나라여서 해군이 약한 스파르타가 지켜주기 어려웠다.
멜로스에 상륙한 아테네의 지도자와 멜로스 측 대표의 대화를 투키디데스는 자신의 역작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자세히 기록했다.
'멜로스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이 글에 따르면 아테네는 멜로스에 "죽고 싶지 않으면 항복하라"고 요구한다. 서두의 문장은 이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멜로스는 중립국으로 남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아테네는 거절한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멜로스는 잿더미가 됐다.
남자들은 몰살당했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렸다. 같은 그리스인을 노예로 삼지 않는다는 철칙마저 아테네는 무참히 짓밟았다. 스파르타는 끝까지 멜로스를 돕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국제정치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2. 강약부동(强弱不同). 강자와 약자는 평등하지 않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이게 현실임을 부인할 순 없다. 약자를 지켜주는 경찰이 따로 없는 국제사회에서 특히 그렇다.
'현실주의 정치학의 거두' 한스 모겐소는 "국가들 간의 자연스러운 조화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가 간 권력 투쟁은 국제법, 민주화, 국제무역 등으로 완화될 수 없다"고 했다.
약소국은 강대국들이 두는 체스의 말일 뿐이라고, 적어도 강대국들은 생각한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미국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의 손에 놓여 있다. 대만은 어떤가. 미국과 중국이란 두 강대국 간 파워게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미국이 영원히 우릴 지켜줄 거라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120년 전 이미 미국은 우릴 헌신짝처럼 버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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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이 부당한 침략을 받을 경우 개입해 조선의 안보를 보장해야 했다. 그러나 1905년 7월 미국은 일본과 가쓰라-태프트 조약을 맺고 한반도를 일본의 식민지로 넘겨줬다. 필리핀을 미국의 속국으로 인정받는 대가였다.
그해 11월 을사늑약은 미국의 배신에 따른 수순이었다. 미국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실도 모르고, 대한제국은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헤이그에 밀사까지 보냈다.
1950년에도 미국은 '애치슨 라인'이란 극동 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했다. 김일성은 미국이 한국을 버렸다고 판단하고 6.25를 일으켰다. 다시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3. 이재명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 방어는 후순위다. 한반도는 중국을 겨누는 불침항모(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일 뿐이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의 일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2만8500명을 그대로 한반도에 묶어둘 이유가 트럼프에겐 없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동맹 현대화'의 본질은 사실상 주한미군 감축이다. 전시작전통제권도 넘겨주고 싶어 하는 미국이다. 최악의 경우 핵을 가진 북한과 우리 홀로 맞서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전작권 전환을 자주 국방력 확보의 지렛대로 활용하자. 전작권 환수를 조건으로 북한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정찰자산,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등 전략자산 제공을 미국에 요청하면 어떨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허용 받아 핵잠재력을 확보한다면 금상첨화다. 안보 책임을 동맹국에 떠넘기고 싶어하는 트럼프 행정부라면 말이 통할지 모른다. 비전통적 미국 지도자 트럼프의 재집권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