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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한창이던 1959년 2월23일 저녁. TV로 BBC 뉴스를 보던 영국 국민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자신들의 수상인 해럴드 맥밀란이 사실상의 적국인 소련 모스크바에 커다란 러시아식 털모자를 쓰고 나타나서다. 그리고 놀라움은 곧 환호로 바뀌었다. 털모자를 쓴 맥밀란은 이날 크레믈린에서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와 만나 냉전 긴장 완화에 합의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첫 영소 정상회담이었다. 맥밀란은 "어떤 어려움과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했다. 맥밀란의 러시아식 털모자는 영국과 소련 양국 국민 모두에게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털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은 이후 오랫동안 영소 간 평화의 상징으로 남았다. 국제외교에서 사진 한장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때론 백마디 말보다 강하다. 모자와 같은 소품을 활용한다면 효과는 배가된다. 방문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모자를 쓴 상대국 정상 등 대표의 모습은 양국의 우호 관계를 대내외
박근혜정부 최고의 기린아, 그러나 '여왕의 남자'를 거부한 '항명파동'의 주인공, 국민들에게 각인된 정치인 진영의 모습이다. 201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진영 의원은 박근혜정부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그를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대선공약을 정부 정책으로 다듬는 작업을 그에게 맡겼다. 정관계 인사들과 언론매체들이 진영 의원에게 몰려들었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박근혜정부 1기 내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돼 박근혜정부 최대 업적이 될 복지 분야를 책임지는 '실세 장관'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그의 비중도 커졌다. 정부 출범 다음해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초연금 공약 수정에 반대, 장관직을 사퇴했고 이후 '침묵'을 지켜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당선돼 4선 의원으로 올라서게 되면 박근혜정부 임기말
"나는 지금 거친 정치의 들판에 외롭게 서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3년 9월 '항명파동' 속에 박근혜정부란 '뗏목'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뛰어 내린" 후 "온 몸이 젖은 채 강가에 서서 멀어져 가는 그 뗏목만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는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는 뗏목이 "격류를 잘 헤치고 잠잠한 장강으로 들어설 수 있기만을 염원"했다. 복지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던 진영 전 장관이 3년 만에 그동안 담아뒀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박근혜정부 대선공약을 주도하며 '희망'과 '행복'의 나라를 향해 꿈틀거리던 열정, 그의 꿈이 내동댕이쳐진 듯한 시련을 묵묵히 견뎠던 과정, 그리고 다시 '국민행복'의 여정을 향해 정치의 '항해'를 시작하고자 하는 다짐을 말한다. 진 전 장관은 '미래를 찾는 긴 여정-리버럴리스트의 매니페스토'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정치 개혁 과제와 비전을 풀어낸다. 지금까지 못다한 그의 이야기는 the300 사이트의 '진영의 명예혁
지역구 의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다른 국회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17일 대구 동구 최대의 행사인 '어울림한마당'이 열리는 대구 율하체육공원에 나타난 유승민 의원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행사장에서 마주치는 지역민들과 손을 잡고 인사하느라 숨돌림 짬도 없었습니다. 행사 부스에서 부침개를 부치느라 손이 지저분하다고 악수를 주저하는 아주머니들의 손도 덥썩덥썩 잡으며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동구을 지역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전국적 유명세를 떨친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보였습니다. 팬을 자처하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어디를 가나 환영받는 모습에서 내년 총선에서 공천탈락의 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전날 대구 계산성당 강연에서 "공천받을 것이라 100% 확신한다"는 그의 말이 빈말로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청와대의 '대구 물갈이'설로 유 의원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도 행사
기자는 왼손잡이다. 엄밀히 양손잡이긴 하다. 글씨는 오른손, 수저를 들거나 가위질·양치질 등은 대부분 왼손이다. 부모님은 그냥 놔두면 100% 왼손잡이가 되겠기에 회초리(정확히는 먼지털이)까지 들어가며 최소한 연필 잡는 것은 오른손으로 바꿨다고 한다. 아들이 왼손잡이로 겪을 불편과 함께 남들 시선을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에선 왼손잡이를 짝배이(왼짝배기)라고 불렀다. 요즘 듣기에 썩 좋은 어감은 아니다. 한 지역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왼손잡이는 환영받지 못했다. 왼손과 달리 오른손은 대접 받았다.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하는 표현만 해도 그렇다. '오른'은 발음도 '옳은'과 같다. 국어사전에서 '올바르다'를 '옳고 바르다'라고 풀이한다. 이런 언어체계에서 오른쪽은 옳은 쪽이고, 또한 바른 쪽이다. 왼손잡이를 터부시하는 데 문화적 배경이 있을테고 꼭 우리나라만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은연중에 차별과 배타성을 드러내곤 하는 우리 사회의 특질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틀리다
"인생은 살 만해요. 술은 기분 좋을 때 마셔봐요." 핀란드는 여름철 해가 지지않는 백야가 나타나는 대신 겨울엔 온종일 해가 뜨지않기도 한다. 이 경우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해치기 쉽다. 핀란드에 커피와 초콜릿 등 각성효과가 있는 기호식품과 보드카 등 술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의회 별관 회의실. 스크린에 뜬 그래프엔 핀란드 자살률이 1990년 인구 10만명당 30명으로 치솟은 게 뚜렷했다. 지리·기후적 요인에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고립감,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런데 90년 이후엔 달라졌다. 핀란드 국립보건원(NIH) 티모 파르토넨 교수는 이곳을 찾은 정의화 국회의장 등 한국 방문단에게 "1999년 자살률은 23.2명으로 1990년 30명 대비 20% 감소했고 2005년은 18명, 2012년 기준 15.6명선"이라고 소개했다. 핀란드의 자살예방 정책은 세계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
왜 어머니는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라고 으름장을 놓는 호랑이에게 순순히 잡아먹혔을까. 사나운 호랑이에게 덤벼들어 몸을 상하게 되느니 집에서 배를 곯고 있을 오누이에게 줄 떡을 호랑이에게 주는 것이 나을 것이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루저녁 굶어도 내일 다시 떡을 만들어 장에 내다팔고 오누이를 먹이면 될 것이 아닌가. 이 고비만 넘기면 말이다. 그러나 호랑이의 배는 떡 하나로, 아니 떡장수 어머니를 먹어치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기어이 오누이의 집으로 찾아가 이들을 유혹한다. 어머니의 옷을 입고, 상냥한 목소리를 내며 털복숭이 금수의 발을 떡가루로 분칠한 모습으로 오누이를 호랑이밥으로 불러낸다. 전래동화에서는 오누이가 호랑이밥이 되는 대신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을 타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되지만 어머니가 지켜주지 못한 이들의 애달픈 죽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것일테다. 호랑이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과도 같은 탐욕의 은유다. 부당한 탐욕에 맞서싸우지 못하고 팔다리를 잘라내 주더라도 그 탐욕
"안심번호? 안심전화? 그게 뭐예요?" 최근 한 모임에서 지인이 한 말이다. 요즘 논란이 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화제가 옮겨가면서다. 그러면서 지인이 덧붙인 말. "한마디로 국회의원 후보 뽑는 거 아녜요? 우리야 선거에서 국회의원만 잘 뽑으면 되지, 후보 뽑는 것까지 뭘…."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의 정면충돌까지 야기한 문제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갈등은 자신의 삶과는 동 떨어진 '그들만의 싸움'일 뿐이다. 싸움이 길어져 봐야 국민들 보기에 좋을 게 없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당청갈등은 한마디로 '여권내 총선전략 논쟁'이다. 내년 4월 총선에 내세울 국회의원 후보를 순수하게 국민 여론조사로만 뽑을 지, 일부 전략공천도 활용해 낙점할 지가 싸움의 핵심이다. 물론 기저에는 청와대의 공천 개입을 차단하고 비박계 우위의 당내 구도를 유지하려는 김 대표와 전략공천을 통한 친박계 확장을 원하는 청와대와 친박의 이해관계가 깔려 있지만, 명분
"호남 사람들은 한국에선 흑인이나 마찬가지" 몇해 전, 경제단체장까지 역임한 호남출신의 한 원로 기업인이 동향사람들이 모인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맨 손으로 호남에서 몇 안되는 '변변한 기업'을 일구기까지 겪었던 뼈에 사무친 소외감을 토로한 것이었을 터. 그런데 앞 뒤 자르고 '호남사람=흑인'으로 말이 전해지면서 동향 사람들 사이에 오해를 샀다는 이야기를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기업인에게 전해 들었다. 박정희 정권 이후 정치적으로 소외돼 온 호남사람들은 (현재의)'야당' 쪽에 섰다. 김대중 정부가 정권교체를 이뤄낸 이후에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피해의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야권에서 신당 깃발을 드는 정치인들은 너나 없이 입에다 '호남 대접'을 달고 다닌다. 호남의 '야성'은 단지 지역적 경계에서만 비롯되는게 아니다. '보수, 산업화'의 형태로 나타난 독재정권에 맞서 호남은 '진보, 민주화'의 정치적 토대가 돼 왔다. 그런 호남이 지난해 7.30
약 한 달간의 국감일정에 추석 연휴가 끼어 있는 지금, 국회 의원회관은 추석선물 배송으로도 바쁘다. 명절에 친척이나 지인들과 선물을 나누는 건 우리 특유의 문화다. 이는 '고향'과 '핏줄'에 집착하는 고유 정서와 닿아 있다. '고향'은 국감기간엔 의원실 보좌진과 피감기관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중앙부처와 공기관은 물론이고 사기업에서도 국회 담당 직원을 뽑을 때 '고향'을 고려한다. 여당 담당은 ‘영남’, 야당 담당은 ‘호남’출신을 배치하는 식이다. 여기에 더 디테일하게 '시군'단위의 공략도 추가된다. 특히 '제주'나 '강원'지역처럼 소외 지역의 경우엔 출신 직원이 많지 않아 해당 지역 출신을 임시 선발해 의원실을 방문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보좌진과 직원간에 상호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식사하자는 약속을 잡고 막상 마주 앉아서 할 얘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담당 등 대외 업무를 하던 직원이 아닌 경우에 억지로 국회에 보내진 경우엔
버스 안내양이 있던 시절, 버스 출입문 위에 ‘개문발차, 절대금지’라고 빨간 글씨가 씌여 있었다. 승객이 다 내리거나 타지도 못했는데 문도 못 닫은 채 출발하는 일이 흔하던 만원버스, 앳된 소녀 안내양들이 문 양쪽 손잡이를 잡고 매달려 온몸으로 승객을 쑤셔 넣으려 안간힘 쓰는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애잔하다. 그런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개문발차(開門發車)’가 언제부터인지 정치권 용어가 됐다. 준비나 절차 다 따질 여유가 없으니 일단 가고 본다는 말이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 '신당'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회자되는 말이 '개문발차'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별로 새로워 보이지 않고, 기존 정당하고 뭐가 다른건지 잘 구분도 되지 않는데다가, 심지어 누가 함께 가는지도 모르는데 일단 '오라이' 발차시키고 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김없이 개문발차 대열이 시작됐다. 23일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주선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보다 사흘전엔 천
민주화 전통, 복지국가 추구, 남북 평화 정착, 중산층과 서민 위주 정책, 청년이 주축이 된 정당…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20일 밝힌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선언의 주요 키워드였다. 정치·사회·경제에 대한 비전이 새정치민주연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온건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하는 '중용'을 내세우고 새정치연합의 '중도'에 대해 "어정쩡하다"고 평했는데, 이 역시 피부에 와닿는 차이가 아니었다. 기자회견 직후 마련된 오찬 자리에서 기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기자회견 내용만 봐서는 '개혁적' 신당이라고 부르기에 새정치연합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반 새정치연합 연대' 혹은 '친 호남 연대'가 아니라면 도대체 새정치연합과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비전이 무엇인지, 신당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천 의원은 "포지션도 새정치연합과 큰 차이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는 명확하게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