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에 6년간 60억원씩 물어줘야
보건복지부가 충분한 사전 예측 없이 민간업체와 시스템 위탁계약을 맺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수백억원의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빚어졌다.
26일 복지부에 따르면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을 운영중인 삼성SDS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해 최근 내려진 서울고법의 조정결정을 수용, 삼성SDS측에 올해부터 2011년까지 6년간 매년 60억원씩, 360억원을 분할지급키로 했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참석,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철저하고 치밀하게 추진했어야 함에도 정책실패로 혈세를 낭비하게 된 것에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복지부는 정책실패의 전 과정을 점검한뒤 책임이 있는 실무자들을 문책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탁상 정책'에 따른 불필요한 세금 지출에 대한 비난은 면하기 힘들게 됐다.
◇360억원 조정결정 배경='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년 4월 김대중 대통령이 의약품 납품비리 근절을 지시한뒤 복지부 내에서 의약품 유통체계 개혁 작업이 추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병원·약국 등 요양기관을 거쳐 제약회사에 약품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개선해 건보공단 등에서 직접 제약사에 지급하자는게 골자다.
이렇게 하면 의약품 거래가격이 투명화돼 약품 공급을 둘러싼 제약회사와 요양기관 사이의 리베이트 논란을 근절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봤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을 만들어 가동키로 했다. 운영 방식은 참여 사업자에게 시스템 구축비용을 부담케 한뒤 사용료 징수를 통해 회수하는 민간투자를 택했다.
이어 2000년3월 삼성SDS와 한국통신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2001년7월부터 본격 가동됐다.
그러나 병원과 약국, 제약회사 등 의약품 유통에 관한 주체들이 참여를 기피하는데다 운영에 필수적인 제도 미흡으로 초반부터 시스템 운영이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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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삼성SDS는 시스템 가동 3개월 후인 2001년 10월부터 4차례나 복지부에서 시스템을 인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자 2002년 6월 복지부를 상대로 '573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2003년 7월 1심에서 458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항소했으나 지난 5일 나온 2심 재판부의 360억원 조정결정을 수용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실익이 없는데다 소송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지연이자도 늘어나 국민부담이 늘어난다는 판단에서 조정결정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탁상 행정과 이익단체 '밥그릇 챙기기' 합작품=정책실패에 따른 혈세 유출의 근본적인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는게 공통된 시각이다.
'복마전'식으로 얽혀있는 의약품 유통체계를 투명하게 손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시스템이 안착되기 위한 전제조건 없이 시작해서 스스로 화근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병원과 대형약국을 전자상거래 방식인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강제적인 장치가 필요함에도 이들의 반발을 의식해 건보공단 등이 제약업체에 직접 대금을 지급하는 '직불제'를 임의규정으로 그대로 둔채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때문에 기존 체계를 선호하는 병원과 약국, 제약회사 등이 정부 시스템에 편입될 리 없었다. 게다가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등의 정치권 로비로 인해 임의규정이나마 있었던 직불제 근거규정마저 2002년12월에는 삭제됐다.
특히 복지부는 삼성SDS의 인수요청이 있었을때 이를 받아들여 시스템 가동을 중단했더라면 100억원이 넘는 운영비라도 줄일수 있었다. 그러나 '책임 회피'를 위해 인수요청을 거부한뒤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한달에 2~3억원씩의 필요없는 운영비만 계속 지출돼 왔다.
이 과정에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병원 및 대형약국, 제약회사들의 행태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제약사들이 요양기관에 납품하려면 리베이트 없이는 안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서 제도적 장치마련을 통해 '리베이트' 관행이 고착된 의약품 유통체계를 손질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조직적으로 나서 근거규정 조차 삭제시키는 힘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