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가서 영화 만들 겁니다"

"할리우드 가서 영화 만들 겁니다"

이규창 기자
2006.09.08 13:10

[인터뷰]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총괄프로듀서

마당발'로 불리는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총괄프로듀서(42.사진)는 사무실이 없다. 시간을 아끼기위해 고속버스를 개조해 이동형 사무실로 사용한다.

버스 외관을 영화 포스터로 장식해 홍보 효과도 노린다. 현재 공식 직함은 총괄프로듀서지만 다들 그를 정대표라 부른다.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23%)이고 지난 3월까지 대표를 맡았기도 하지만 제작총괄에 해외 영업은 물론 각색과 편집까지 참여하고 있기때문이다.

영화 제작현장을 매일 오가고, 뉴라인시네마, 미라맥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과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정 대표가 이끌어온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5월 스펙트럼DVD를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한 뒤 1년 만에 상반기 엔터 기업들 중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하며 엔터 업계에서 몇 안 되는 '돈 버는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 유학시절 현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눈으로 보고 한국에서 적용하겠다는 의욕으로 귀국후 공연기획과 연예인 매니지먼트업을 시작한 정 대표는 보이즈투맨, MC해머,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등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얻은 미국 내 인맥과 해외 비즈니스 노하우로 영화수입에 뛰어들었다.

한때 "정태원을 통하지 않으면 뉴라인시네마와 미라맥스의 영화를 수입할 수 없다"는 말이 통용됐을 만큼 십 수 년의 경험과 노하우, 신뢰를 바탕으로 뉴라인시네마와 미라맥스, MGM의 대표들이 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만큼 두터운 인맥을 형성했다.또 '반지의 제왕' 시리즈 3편을 800만 달러에 입도선매해 큰 수익을 거두는 등 정 대표의 해외 비즈니스 능력은 엔터 업계에서 정평이 나있다.

"당시 세계 최고인 마이클 잭슨의 공연까지 이루고 나니 새로운 것을 하고싶어 영화수입을 시작했습니다. 연예 매니지먼트는 영화제작에 필요해 부수적으로 했는데, 요즘 대형 매니지먼트사와 비교될 만큼 당시로서는 최대 규모였죠"

장동건 최지우 신현준 차승원 유지태 등 당시 유명한 톱스타들 상당수가 그의 손을 거쳤다. 현 매니지먼트업의 구조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사업을 접었지만, 최근 이태곤 심혜진 등이 소속된 젤리박스에 지분 참여를 했고 빅마마 등의 음반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매니지먼트로 돈 벌 생각은 없습니다. 배우와 OST 등 영화제작에 필요해 시작한 것이고 영화제작의 모든 요소가 집중돼있는 할리우드형 제작시스템을 갖추는 일환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전문화가 필요한 시점이어서 초록뱀, SBS, 일본 광고회사 덴츠 등 4개사가 손을 잡고 체계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영화 수입을 통해 국내 관객들을 파악했고,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과 10년간 교류하며 선진 제작시스템을 배운 정 대표는 1997년 '할렐루야'를 시작으로 영화제작에도 뛰어들었다. 그의 대표적인 성공작은 '가문' 시리즈로, '가문의 영광'이 520만, '가문의 위기'는 57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올해초 개봉한 '맨발의 기봉이' 역시 248만을 모아 그의 흥행감각을 입증했다. 반면 '나비'와 '무영검' 등에서는 쓴 맛도 봤다. 자신하던 '나비'가 흥행에 참패하는 등 일련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보다 관객 모니터를 우선해 최종 편집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가문'시리즈와 '맨발의 기봉이'의 흥행은 그 시스템의 효과다.

영화제작만 하던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스펙트럼DVD를 인수하며 지난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할리우드형 제작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편집, CG, 메이킹, 매니지먼트 등 영화제작에 필요한 요소들을 집약하는 M&A를 추진해왔고, 콘텐츠의 '원소스 멀티유즈'를 위해 MGM태원 등 케이블채널과 DVD 제작유통 등 다양한 채널을 확보했다.

"영화수입을 10년 넘게 하면서 할리우드 바닥에서 얻은 노하우를 적용하는 중입니다. 지금은 영화를 기획부터 제작, 편집, CG, 메이킹까지 모두 자체에서 할 수 있게 할리우드형 제작 시스템을 갖춘 거죠. 좀더 효율적이고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기업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넘긴 후 해외 비즈니스와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1년에 7편의 영화를 제작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영화배우 하지원과 손잡고 코스닥에 입성한 뒤 결별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정 대표는 상장사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각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라 회사의 경영실적이 좌우되는 영화제작사의 총괄 프로듀서 역할과 상장사 대표의 역할이 달랐다는 것. 그래서 다우기술 감사 출신으로 전 유디에스 대표인 태정호(39) 대표이사를 영입해 DVD, 음반사업 등의 경영을 맡겼다.

"처음 상장한 뒤 많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내 회사가 아니다'는 사실에 적응하기가 어렵더군요. 이제는 내가 영화와 드라마 제작 등 기획을 내면 태정호 대표이사가 그에 맞는 인력고용과 자금배정 등을 해주며 역할 분담을 합니다."

현재 그의 월급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받는 돈이다. "비서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대신 내가 참여한 영화 별로 프로듀싱 피(Fee)를 받습니다."

 

정태원 대표는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올해 목표를 매출 700억에 순이익 100억을 잡고 있다. '가문' 시리즈의 전작 '가문의 영광'과 '가문의 위기'가 각자 70억의 순익을 냈으니, '가문의 부활' 또한 그 이상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또한 '누가 그녀와 잤을까' 등 기대작도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만큼 흥행력을 가진 시리즈 영화가 예전에는 없었죠. 관객만 원한다면 계속 시리즈가 이어질 겁니다. 4편에서는 일제시대 김두한과 하야시 가문의 대결을 그린 '가문의 해방', 5편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소재로 만들 생각입니다. 6편은 3편의 주인공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가문의 이민'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영화수입과 제작에 노하우를 갖춘 정 대표의 다음 목표는 할리우드 진출이다. 유덕화 홍금보가 캐스팅된 '삼국지'를 제작해 내년에 할리우드에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최근 인수한 CG업체 믹스필름을 통해 완성도 대비 저렴한 가격과 짧은 제작기간으로 할리우드 물량을 끌어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이상적인 할리우드 진출의 형태는 프로듀서의 진출입니다. 또한 최근에 인수한 믹스필름이 '삼국지'의 CG를 담당하는데, 일정 수준의 품질을 이만큼의 비용과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무기로 제가 직접 할리우드에서 영업을 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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