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불도저 방식·징검다리론 등으로 해석-
보건복지부가 22일 '말 많고 탈 많은' 의료법 개정안을 예상보다 시점을 앞당겨 입법예고 했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던간에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천명한 것으로 읽힌다.
복지부는 의료법이 73년 개정된 후 34년이 지난만큼 시대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또 의사단체를 비롯한 관련 기관과 충분히 협의를 거친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뭔가에 쫓기듯 성급하게 진도를 빼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복지부가 보건의료단체들과 논의를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8월. 그동안 모두 9차례의 실무작업반 회의를 거쳐 초안을 마련했다.
복지부는 이를 두고 충분히 의견수렴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34년이 나 묵은 법을 복지부 의도대로 '뚝딱' 고치려는 '졸속입법' 이라고 정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 의사들의 극렬한 저항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복지부는 흔한 공청회도 한차례 열지 않았다. 입법예고 기간에 공청회를 열면 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면서까지 반대하고 시민단체마저 등을 돌린 의료법 개정안의 입법을 복지부는 왜 급하게 서두르는 것일까.
복지부 안팎에서는 이런 '불도저식' 입법추진에는 유시민 장관의 고집이 배경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감한 사안을 공무원들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밀어부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 장관 특유의 저돌적인 행정 스타일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빛을 발한 셈이다.
이전에도 유 장관은 의약품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 장애인 LPG 보조금 폐지, 의료급여수급권자 진료체계 개편 등 보건의료계의 난제로 여겨졌던 일들을 처리하는 돌파력을 과시해왔다. 주위에서 "너무 일을 많이 벌리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다.
최근 유 장관이 사석에서 즐겨 사용하고 있는 '징검다리론'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정권말이지만 참여정부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징검다리 놓듯이 시작해놓음으써 차기 정권에서 쉽게 되돌리지 못하게 하자는 의도다.
유 장관은 이같은 방식을 "취소하려면 엄청난 사회적비용을 지출하게 만들어 한번 시작한 정책을 되돌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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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대표적인 부자집단인 의사들과 대립각을 세워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정서가 의사들 편이 아닌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론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돼 도리어 입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상황이 현재와 같은 식으로 전개되면 대선정국에서 여론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이 대놓고 의사편을 들기 어렵게 되는 구도가 저절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의사들과 전선이 형성되면서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의 반발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되는 반사이익을 복지부가 누리는 것도 사실이다.
보건의료계의 한 인사는 "의료법 개정 강행은 유 장관 입장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유 장관 본인의 성격 뿐 아니라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과감한 정책이 가능한 배경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