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거제에서 만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얼굴은 무척 꺼칠했다. 체중도 몇 ㎏은 줄어든 듯 보였다. 가뜩이나 작은 몸집이 더 왜소하게 느껴졌다.
3월 말부터 진행하고 있는 '현장대장정' 탓이다. 1월말 국내 최대 노동운동 단체의 수장으로 당선된 그는 '고난의 길'을 택해 전국 각지의 노동현장을 순회하고 있다. 일정표를 살펴봤더니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쉴 틈이 없다.
이 위원장의 '현장대장정'은 민주노총이 명분없는 과격투쟁만 되풀이하며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조직으로 전락한 데 대한 자기 반성에서 출발했다. 바닥을 친 민주노총의 부활을 위한 몸부림이다.
이 위원장에게 대장정을 하며 받은 느낌을 물어봤다. "너무 교만했다. 현장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지침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매일 파업만 하는 곳이냐"는 질타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대장정이 끝나는 8월이면 상처받고 흩어진 조합원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설득력을 갖춘 투쟁에 나서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대신 소모적인 파업은 하지 않겠다는 게 확고한 신념이다.
이런 이 위원장의 행보에 민주노총을 비판해온 '보수언론'을 비롯해 여론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호의적이다. 이제야말로 민주노총이 '억지 주장'이 아닌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기대와 희망이 깔려 있어서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앞날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다. 조직 내부의 과격파들은 언제라도 흔들어댈 준비가 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고 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는 등 외부 사정도 좋지가 않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이 지금의 진정성과 원칙을 잃지 않고 '뚜벅이'처럼 나아갔으면 한다. 정치권 누군가의 대장정은 실패했지만 그의 대장정은 성공한 실험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