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안정은 됐지만…'용돈연금' 불만

재정안정은 됐지만…'용돈연금' 불만

여한구 기자
2007.06.29 16:47

긍·부정으로 엇갈린 반응

무수한 논란을 낳았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보건복지위 문턱을 넘어섬에 따라 사실상 6월 임시국회 통과가 기정사실화됐다.

재정안정화를 목적으로 한 연금개혁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의미가 있지만 가입자들이 받게되는 연금은 왜소해지게 됐다. 당장 가입자단체의 불만은 폭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도 국민연금기금 고갈 시기를 일정기간 늦추는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래에도 시차를 두고 재정안정을 화두로 한 논란의 재점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개혁과제가 매듭지어진 것을 계기로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등 특수직연금 개혁도 탄력을 받게 됐다.

재정안정화 기여=국민연금의 골격이 본인이 낸 돈 보다 더 많이 받도록 짜여지면서 국민연금 재정불안은 항시적인 위험요소로 꼽혀왔다. 현재 방식을 유지할 경우 미래세대들이 부담해야 할 잠재부채는 하루 800억원씩이나 된다. 또 2047년이면 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줄 돈이 바닥날 것으로 경고돼 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금고갈 시점은 2060년으로 미뤄진다. 13년의 여유를 번 셈이다. 잠재부채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안되면 2030년에는 2809조원이 되지만 법 개정으로 1472조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땜질처방' 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된다는 점이다. 제도도입 초기에 정부가 선심성으로 제도를 짜놓은데 따른 '고질병'으로, 미래시점에서 국민들은 또다시 이같은 방식의 고통을 감내야해만 한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내년에는 완전 연금수령자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으로, 다음에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안정적인 국민연금 구조를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용돈연금' 불만=정치권이 보험료는 그대로 유지하고 수령액만 줄이는 방식으로 '긴급처방'을 함에 따라 '쥐꼬리 연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법 개정으로 월소득 180만원인 사람이 2008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20년뒤 받게 되는 금액은 40만원에 불과하게 된다. 최저생계비(43만원)에도 못미치는 액수로 자연스럽게 '용돈연금' 논란과 함께 노후생활 보장제도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제도상에서는 59만원을 받을 수 있다.

참여연대는 "사회적 합의 없이 당리당략으로 국민연금의 사회보장적 기능을 무시하고서 용돈연금 수준으로 전락시킨데 대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40% 급여율로는 노후생활보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나 기초노령연금 급여율이 10%로 확대되고 퇴직연금제가 정착되고 개인연금제가 활성화되면 보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노령연금 확대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 확보도 고민해야할 문제다. 합의안을 적용하면 내년 2조3000억원에서 2010년 3조5400억원, 2020년 9조5866억원, 2028년 37조7200억원 등 기하급수적 비용을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고령화 추세 속에 젊은세대들이 연금혜택은 못받으면서 '세금폭탄'만 맞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이런 차원이다.

험난한 여정=국민연금 제도 개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로 재정재계산을 거쳐 장기재정안정화방안이 그해 10월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사각지대' 해소를 주장한 한나라당의 반대로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채 국회 캐비넷에 묻혔다. 국회는 2005년 10월 국민연금제도개선특위를 발족시켜 국민연금 개혁과제를 다시 논의했지만 역시 논란만 남긴채 지난해 2월 시한이 만료돼 소득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는 임기 내 개혁을 목표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원투수로 긴급등판시켰고 이후부터 국민연금 개혁 문제는 늘상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하지만 국회는 올해 4월 유 장관이 마련한 '더 내고(12.8%), 덜 받는(50%)' 식의 정부안을 부결시켜 다시 한번 정부를 좌절시켰다. 이 과정에서 유 전 장관은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면서 부담을 느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똑같이 내고(9%), 덜 받는(40%)' 방식의 합의안을 도출했고 드디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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