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내신 50%반영' 사실상 철회

교육부 '내신 50%반영' 사실상 철회

중앙일보 기자
2007.07.05 08:05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4일 "올해(2008학년도) 대입에서 내신 실질반영률 50%를 고집하지 않고 연차적으로 반영률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신(학생부) 반영률을 50%까지 높이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재하겠다던 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김 부총리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장무 서울대 총장) 회장단은 이날 서울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간담회 직후 "내신 반영률을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올해 내신 반영비율 50%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며 "(당장 채우기 어렵다고 하니) 단계적으로 확대하자고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교육부가 대학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사립대는 올 정시모집에서 지난해 평균 10%를 밑돌았던 내신 실질반영률을 10~20%로 올릴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신 1, 2등급 동점 처리를 강행키로 한 서울대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내신 50% 확대' 원칙에서 물러선 데는 총장과 평교수들의 집단 반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는 지난달 일부 사립대가 '내신 무력화'를 시도하자 연구비 지원 중단 카드로 압박했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교육부의 엄포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율을 요구하는 대학들의 반발만 키웠다. 사립대학 총장(6월 29일)→전국입학처장협의회(2일)→국공립.사립대 교수단체(3일)→평교수(연세대.3일)들이 잇따라 규탄 성명을 냈다.

사면초가에 몰린 김 부총리는 결국 대학의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영률 확대를 대학에 맡긴 만큼 제재하기도 어려워 추가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겉으론 봉합된 듯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 서울대 제재 문제, 기회균등할당제(저소득층 자녀 정원 외 11% 입학), 청와대와의 의견 조율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토론(6월 26일)에서 "서울대가 자존심 때문이라면 상응하는 조치를 면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를 제재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의 말을 뒤집어야 한다. 교육부는 '강자와 약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대변되는 노 대통령의 이분법적 교육철학에도 코드를 맞춰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전국 200개 4년제 국공립.사립 일반대, 산업대, 교육대 총장들의 협의체다. 대학 간 정보를 공유하고, 대학들의 요구를 정부에 건의한다. 회원 대학들의 입시 정보를 모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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