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성홍기의 붉은 물결 방치한 '신사대주의'

[기자수첩]오성홍기의 붉은 물결 방치한 '신사대주의'

김만배 기자
2008.04.30 09:16

전세계를 돌던 2008 중국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지난 27일 서울에 도착했다.

이번 성화는 유럽과 아프리카, 일본을 달려오면서 올림픽 반대 시위자들의 저지로 지구촌 곳곳에서 수난을 겪었다.

'이념'과 주장'을 태운 탓일까.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의 붉은 물결과 함께 서울에 상륙한 이번 성화는 역대 어떤 올림픽 성화보다 뜨거운 열기를 동반했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한 성화 봉송 행사에 앞서, 일부 시민단체들은 "중국이 티베트 탄압과 북한 탈북자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성화 봉송 행사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성화 봉송행사가 무리 없이 진행될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경찰은 성화 봉송을 방해하면 현장서 체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돌발사태에 대비해 병력 8000여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당초 예상대로 성화 봉송행사를 방해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 시위도 있었지만 정작 문제는 성화를 지키겠다며 오성홍기를 들고 나타난 중국 청년들의 집단행동이었다.

이들은 중국의 티베트 유혈진압에 항의하며 시위를 하던 국내 시민단체 회원들을 집단 폭행하고 또 이를 말리는 의경들까지 구타했다.

시민단체와 중국 청년들의 충돌 장면을 촬영하던 국내 일간지 사진기자에게 흉기를 던져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러한 장면은 성화 봉송행사가 시작된 올림픽공원은 물론 시청앞 서울광장 등 시내 곳곳서 목격됐다.

지나던 시민들은 "여기가 한국이야 중국이야. 경찰은 뭐해"라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쏟아냈다.

또 자국민들이 구타당하는 현실을 보고 인터넷 등 여론 매체들의 비난도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황사같은 붉은 물결을 '방치'한 경찰의 태도에 대해, '신사대주의'가 연상된다는 댓글도 올라왔다.

이런 소동을 남기고 성화는 떠났다.

그리고 정부의 뒤늦은 대책이 나왔다. 정부는 29일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폭력시위를 벌인 중국인들을 강제출국 조치키로 했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법무부와 외교통상부, 국정원 등 정부기관과 검·경찰 등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회의실에서 폭력시위에 따른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대책이, 중국 오성홍기가 내뿜었던 붉은 바람에 뻥뚫린 국민들의 자존심을 채워줄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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