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기자수첩]"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정영일 기자
2008.06.09 10:06

촛불집회 밤샘취재를 마치고 아침 6시경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에 무거운 몸을 실었다. 시위의 모습들이 머리를 무겁게 짓누른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부상을 당하는 모습, 경찰 버스가 일부 시위대에 의해 저지선 밖으로 끌어내져 무참히 파괴되는 모습….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던 뒤쪽에서 들려오는 기타와 봉고의 아름다운 선율, 넋을 놓고 그 선율에 젖어들던 시위대의 모습….

머릿속을 가장 어지럽힌 것은 "어떻게 해야 시위대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었다. 아무리 선의이더라도 집회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미국과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하라는 주장은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가능성이 낮은 해답이다.

'자율적인 결의'로 수입 대상을 조절하겠다는 대안역시 시위대에게는 '조삼모사' 정도로 비춰지고 있다. 시위대의 요구는 한반도 대운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반대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촛불이 꺼지는 시기를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청와대는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들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연 이 같은 조치들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럴 때 입에서 노래 한 자락이 흘러나온다. 시위대들이 흥얼거리듯 부르던 노래가 내 입에도 옮겨붙은 모양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나마 머리가 좀 맑아지는 느낌이다. 대통령이 자신에게 권력을 부여해준 국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두려워 하는 바로 그 때,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밝혔든 가장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 이해를 구하고 설득에 나설 때, 바로 그때가 촛불시위대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노래에서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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