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조셉 토인비는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폴 케네디는 토인비의 명제를 바탕으로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명저를 쓰기도 했지만, 역사의 '발전론'과 '반복론'은 아직도 계속되는 고전적 논쟁거리 중 하나다.
과거 정부에서 축소돼 왔던 검찰의 공안부서가 현 정부 들어 확대될 예정이다. '공안의 부활'은 역사의 발전 혹은 반복이라는 해묵은 주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대검찰청 공안수사 조직은 1.2.3.4과 체제로 운영되다 1998년 공안 4과가 없어졌고 2005년 공안3과마저 폐지됐다. 현재 남아 있는 1과는 대공과 선거사범 수사를, 2과는 학원 및 노동사범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공안3과의 부활은 폐지 3년여 만으로 빠르면 내년 초 검사 1~2명을 포함한 10여 명의 수사 인력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신설될 3과는 촛불시위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집단행동 사범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검찰은 밝히고 있다.
공안부서의 신설을 지켜보면서 검찰 논리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마땅찮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감하는 측은 최근의 불법 집단행동이 수위를 넘어서는 등 '공권력의 위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반대론자들은 여간첩 사건 등 수사 당국이 의도적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 10년간 쌓아온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조치"라고도 한다.
검찰은 새로운 형태의 공안수요가 늘어 부서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화 과정에 견주어 볼 때 촛불시위를 새로운 형태의 시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시위가 격렬해지고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 심각해졌기 때문에 공안의 확대를 주장하는 논리도 근거가 빈약하다.
공무원조직은 사회적 욕구에 맞춰 변해야한다. 다만 그러한 변화가 정권의 성격이나 입맛에 따르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축소'에서 '확대'로 회귀한 '공안'이 미래의 정부에서는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