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수입 대행업 판결의 파장

[법과시장]수입 대행업 판결의 파장

송기호 전 식품의약품안전청 고문변호사
2008.11.24 12:52

최근 대법원은 수입대행업에 대한 중요한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외형상으로는 수입대행업이라 해도 실질적인 내용이 수입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식품위생법 등의 수입 신고 규정을 지켜야만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수입대행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이로써 국내의 수입대행업이 그동안 관세청의 '전자상거래 물품 등의 특별통관 절차에 관한 고시'에서의 수입대행형 거래 형식에만 의존해서 식품, 의약품, 화장품, 안전기구 등 국민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제품을 안전성 검사 당국에 수입 신고도 하지 않고 국내 소비자에게 파는 관행은 시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이 아니었다면, 이를테면 멜라민 성분이 들어 있는 분유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역 없이도 수입대행형 거래 형식을 통해서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적법할 뻔했다.

수입대행업이란 말 그대로 국내 소비자에게 수입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이다. 수입허가제가 폐지되고 누구나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할 수 있는 상태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직접 물품 구입, 통관 등을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외국 판매자에게 물품대금을 송금했지만 물건이 실제로 도착하지 않을 염려도 있다. 물건에 뜻밖의 하자가 발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수입대행업체에 의뢰를 하면 여러 절차가 편리하다.

수입대행업의 발달에는 인터넷의 이바지가 크다. 소비자가 할 일은 수입대행업체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제품 광고를 보고 물건을 선택해서 대금을 송금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며칠만 기다리면 외국산 물건이 집에 배달된다.

이처럼 수입대행업은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에 탄력성 있게 부응한 새로운 방식의 산업이다. 그리고 코스닥에 상장된 수입대행업체가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관세청은 수입대행업으로 수입되는 물건의 통관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위에서 본 고시까지 만들었다.

문제는 시장의 공정한 질서였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수입식품 신고 검사 제도를 불법적으로 회피하는 방식으로 수입대행업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멜라민 분유 예를 다시 들기로 하자. 누구든 식품을 수입, 판매하려면 식약청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수입대행업체의 경우는 수입을 대행할 뿐이지 수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논리에 서면 멜라민 분유가 수입대행 방식으로 한국에 수입되더라도 식약청은 이를 미리 막을 수 없다. 처음부터 수입 신고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대법원 판례는 수입대행이라는 형식보다는 실질적 거래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수입대행업체가 홈페이지에 수입대행이라고 광고하고 사용자와의 약관에서도 수입대행으로 했더라도 수입대행업체가 외국에서 미리 사 둔 식품을 국내 구매자들에게 인도해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수입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경우 수입대행업체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설령 관세청 고시에 따라 수입대행형 특별 통관업체로 지정되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앞으론 수입대행업이라는 형식에 의존해서 식품, 의약품 등을 해외에서 미리 구입한 뒤 수입 검사 없이 국내에 공급하는 일부 관행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판결이 수입대행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