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를 둘러 싼 업체와 은행 간 소송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사실상의 본게임이다.
지난달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온 (주)모나미·(주)디에스엘시디와 SC제일은행간 본안 소송이 곧 시작될 예정이고, 은행권을 상대로 한 업체들의 유사 소송도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특히 로펌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피해 업체 수와 소송가액의 규모 등을 놓고 보면 키코 소송은 단일 사안으로는 최대 규모다.
480여 키코 가입 기업의 손실은 원화가치가 1090원이던 지난 8월 말 1조7000억원, 1291원으로 하락한 10월 말 3조2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11월 말 달러당 원화(1478원 기준)으로 손실액을 계산하면 4조원에 달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소송 참여 업체수가 지난해 11월의 1차 소송 때 100여개에서 현재(1월5일 기준) 190여개로 늘어난 상태다. 키코에 가입한 기업의 40% 가량이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을 대리하고 있는 로펌은 법무법인 대륙, 로고스, 프라임, 안세 등 4곳이다.
이들 로펌은 중소기업중앙회가 키코로 인한 피해 상황을 조사하면서 발족한 '환헤지 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 회의 결과 선정됐다. 소송 참여업체가 120여개이던 지난해 5월 편의상 30개 씩의 업체를 로펌 1곳에 맡기자며 4곳을 선정한 것.
지난달 내려진 사건은 (주)모나미 등을 대리하고 있는 로고스가 나머지 3개 로펌과 협의, 우선 가처분 인용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에서 제기됐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의 제한적인 인용 결정을 내려지면서 이들 로펌은 본안 소송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륙은 키코 사건에만 13명의 변호사를 투입했다. 대륙 측 변호사는 "현재 45개 업체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다"며 "지난달 법원 결정 이후 문의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법무법인 로고스 역시 키코 사건을 위해 2명의 변호사를 1개 팀으로 하는 팀체제로 전환했다. 로고스 측 변호사는 "충실한 변론을 위해 1개 기업에 2명의 변호사를 배치했다"며 "본안소송이 시작되면 투입 인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7명의 변호사가 일하고 있는 법무법인 프라임도 5명의 변호사에게 키코사건을 맡기는 등 이번 사건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8명의 변호사 중 4명이 키코 사건에 매달려 있는 법무법인 안세 역시 마찬가지다.
은행측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모나미와 (주)디에스엘시디가 제기한 사건에서 SC제일은행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외에 법무법인 화우 광장 율촌 등에 사건을 의뢰하거나 의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도 이번의 법원 조치가 파생·헤지거래에 미칠 파장을 서둘러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한 인사는 "SC제일은행, 씨티은행, 외국계 투자은행(IB)의 경우 본사가 이번 결정 내용과 파장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아·태 본부에 급히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국내 은행에도 외국계에서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내려진 (주)모나미 사건의 본안 소송은 법관 정기인사가 예정된 다음달 중순부터는 시작될 것으로 전망이다. 민사소송의 경우 심급별 선고 기간은 심급별로 5개월로 이 기간 안에 선고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강제력 없는 훈시규정으로 운영되고 있어 1심 선고가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대법원 관계자는 "민사사건의 경우 1심 선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통상 1년 정도"라며 "키코 사건의 경우 사안이 복잡하고 양측 주장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