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
생명보험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다. 경기침체를 이유로 보험해지를 신청하는 고객들은 늘고, 신규가입자는 급감했다. 영업환경은 이렇게 악화됐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반년이 넘도록 계류되고 있어 수익기반 확대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생명보험협회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이우철 생보협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지급결제업무 허용, 실손의료보험 보장 축소, 보험사기 방지 등 업계 내 여러 현안을 직접 챙기는 한편, 대형사 중소형사 외국계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회원사들을 한데 묶기 위해 숨 가쁜 나날들을 보냈다. 이 회장에게 생명보험업계의 현황과 앞으로 과제를 들어봤다.
-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취임한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 대형사 중소형사 외국계 등으로 나뉘어 각종 현안에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던 업계 내 풍토를 바꿔보려 노력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 설득한 끝에 생보업계 공동이익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공감대를 이끌어낸 점은 나름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생보사들이 공동으로 사회공헌사업에 323억원을 출연하기로 합의를 도출해 낸 점도 성과 중 하나입니다.
-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 퇴직연금시장 선점을 중점 과제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보험업계는 그간 퇴직보험 상품을 운용하며 퇴직연금시장 관련 노하우를 쌓아왔던 터라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현재 퇴직연금 관련 상품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연계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 연말 국회에 제출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도록 힘을 기울일 겁니다. 이 법안에는 지급결제업무 허용와 같은 생보업계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 언급하신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 여부를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은행권에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 보험사에 지급결제업무가 허용되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편익이 돌아갑니다. 고객들이 보험 계좌로 급여이체, 카드대금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서비스 공급자 다원화로 각 금융기관에선 고객들에게 보다 양질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아울러 현재 지급결제업무가 허용되지 않은 금융업종은 보험권이 유일한데, 이를 허용해줘서 보험업계가 타 금융권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보험판매전문회사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업계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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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판매전문회사를 도입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모집채널을 선진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중개사인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대리점 업무까지 수행한다는 점에서 현행 모집체계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불완전판매를 방지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현 모집채널에 대한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업계와 감독당국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올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생보업계의 어려움도 계속될 것 같은데요.
▶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 2008회계연도 동안 업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73%나 감소했고, 생보사 22개사 중 7개사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게 사실입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올해도 여전히 녹록치 않은 한해가 될 겁니다. 그러나 업계가 비용절감 및 구조조정 등 위기관리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과거의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업계는 또한 이번 위기로 고객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으시도록 재무건전성 관리와 불완전판매 방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최근 보험사기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요.
▶ 경찰과 공조를 통해 지난해 4만명이 넘는 사기 혐의자를 적발했습니다. 이들이 보험사로부터 받아낸 보험금만 2549억원에 이릅니다. 보험사기로 국민 1가구당 14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선 우선 보험사기 정의조항이 포함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합니다. 그리고 관련 법령에 보험회사가 보험사기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와 처벌조항을 추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보험범죄에 대한 법원선고 시 65.7%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있는데, 보험사기에 대한 형량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관 출신 민간 기관장직으로서 현 금융당국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 어려운 시기를 맞아 공무원들의 노고가 큽니다. 민간과 비교했을 때 업무량은 과다한데 보수는 적습니다. 사무실 등 업무환경도 민간기관에 비해 뒤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과 같은 공적기관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는 더욱 커져가는 상황입니다. 이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가 필요합니다. 다만 격무에 시달리다보면 외부의 의견에 아무래도 관심을 덜 가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과 시장에서 당국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관심을 가져주시길 기대합니다.
- 생보협회장으로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없으신지요.
▶생보업계가 고객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은행의 경우 여러 정책지원에 힘입어 다양한 수익기반을 갖추고, 자산기준으로 금융권 전체 비중의 70%를 점하고 있습니다. 보험산업은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면서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도, 타 금융권에 비해 정책당국의 관심과 지원은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금융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세제지원과 같은 정책적 배려를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