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숙한 집회문화를 위하여

[기자수첩]성숙한 집회문화를 위하여

배혜림 기자
2009.09.28 07:58

우리나라 집회·시위 문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촛불집회 당시 경찰청장을 지낸 어청수 전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폭력으로 물든 우리 시위는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평화적 시위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라고도 말했다.

반면 촛불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는 시민들은 우리의 시위 문화를 제고시키려면 경찰의 의식부터 선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화적 시위가 폭력으로 번지게 된 데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집회문화에 낮은 점수를 주기는 경찰이나 시위 참가자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폭력시위의 원인에 대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탓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4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와 23조1호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해가 떨어진 뒤 촛불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국민대책회의 팀장이 낸 위헌법률심판에서 안 팀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15년 전 판단을 뒤집은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헌재는 1994년 야간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집회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야간이란 특수성과 옥외집회의 속성상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침해할 개연성이 높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나 헌재가 이번엔 '집회의 자유'에 방점을 찍었다. 단 불법·폭력 집회를 허용하자는 뜻이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성숙한 집회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적법한 집회와 시위는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집시법 제1조에 힌트가 있다. 시위대는 폭력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평화로운 집회가 안전하게 종료될 수 있도록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그간 우리 경찰은 시위대를 압도하는 규모의 병력으로 시위 자체를 봉쇄하지는 않았는지, 국민들을 오히려 불안에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또 촛불시위 참가자는 스스로가 법치를 어긴 측면이 없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집회문화는 경찰과 시위대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업그레이드될 수 없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성숙한 집회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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