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관습과 격식을 무시하는 파격 행보를 선보이며 '4차원 총장'으로 불리고 있는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였다.
김 총장은 이 날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추궁에 "새로운 사실에 수사를 않겠다는 말이 아니라 이미 수사를 다 했다"며 민주당 의원들과 날선 입씨름을 벌였다.
그러나 김 총장의 또 다른 파격 발언에 검찰 스스로도 놀랐다. 8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영구상해를 입힌 이른바 '조두순 사건' 당시 항소를 포기한 검사에 대해 "감찰하겠다"는 김 총장의 발언 때문이다.
김 총장은 이 항소포기 검사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 "검사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실수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감찰위원회에 회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1주일 전 검찰의 입장을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고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조두순 사건은 주요 쟁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한상대 서울고검장은 "법 적용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잘못을 시인했지만 "징계사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김 총장의 발언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지검의 한 검사는 "담당 검사가 사안의 중대함을 파악하지 못하고 항소 포기도 가볍게 한 것은 인정한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검사의 무기징역 구형에도 징역 12년을 선고한 재판부의 책임도 있는데 검사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언론에 보도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수사관의 부적절한 피의자 가족 조사 의혹으로 관련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검찰 내부의 소통이 아쉬운 지점이다.
검찰 수사관이 피의자의 압수물을 찾으러 온 부인 김씨에게 남편의 여자관계를 묻고 7살 난 딸에게 평소 부모의 관계를 묻는 등 2시간가량 부적절한 조사를 했다는 것이 사건의 전모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압수물과 관련해 필요한 사항을 간단하게 물어봐도 되냐고 하자 김씨가 동의를 해 질문을 했다"며 "약 30분 동안 압수물에 대한 질문을 했고 평소 생활 관련 질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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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은 즉각 해당 수사관을 수사팀에서 배제하고 감찰 의지를 밝혔다. 진행되던 수사는 수사대로 마무리하고 진상을 파악한 뒤 해당 수사관의 수사팀 배제 여부를 결정했더라도 무리가 없었을 일이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조두순 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의 미숙함. 그리고 피의자 인권을 무시한 검찰의 '비신사적인' 수사 의혹. 두 사건 모두 검찰의 미숙함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난다면 비판을 면키 어려울 사건이다.그러나 검찰 내부에서 원활한 소통이 선행됐다면 수사 일선의 당혹감은 없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