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6일 혼인빙자간음죄의 처벌 대상을 남성으로 국한한 형법 조항(제304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선고는 2002년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내린 합헌 결정을 뒤집은 것인 만큼 1953년 이후 혼인빙자간음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의 재심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304조(혼인빙자 등에 의한 간음)는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부녀를 기망,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형법 제304조 중 혼인을 빙자해 음행의 상습적인 부녀를 기망해 간음한 자' 부분은 헌법 제37조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남성이 해악적 방법을 수반하지 않고 여성을 유혹하는 성적 행위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억제해야 한다"며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은 남성의 내밀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영역에 속하며 애정행위는 그 속성상 과장이 수반되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형법이 혼전 성관계를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 이상 혼전 성관계 과정에서 이뤄지는 통상적 유도행위를 처벌하면 안 된다"며 "혼전 성관계를 맺은 여성이 상대방 남성의 처벌을 요구하는 행위는 여성 스스로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혼인빙자간음죄는 다수의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을 '음행의 상습있는 부녀'로 낙인 찍어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이는 여성에 대한 고전적 정조관념에 기초한 가부장적, 도덕주의적 성 이데올로기를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곧이어 재판부는 "형법 제304조는 남녀평등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에 반하는 것이자 여성을 유아시함으로써 국가 스스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인한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혼인빙자간음죄 행위가 처벌까지 가는 비율이 낮아진 점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강국·조대현·송두환 재판관은 "형법 제304조는 처벌 대상의 가벌성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법의 균형이 잘못됐다도 할 수 없으며 남녀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합헌"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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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여성이 약하거나 어리숙해서가 아니라 여자가 남자에 대해 혼인을 빙자하는 경우 남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적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남녀의 신체구조가 다르고 성관계에 대한 윤리적, 정서적 인식에도 차이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첨언했다.
앞서 결혼을 염두에 둔 것처럼 상대 여성을 속여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혼인빙자간음 등)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A씨는 "형법 제304조는 헌법에서 보장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되자 지난해 6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미 결혼한 사실을 상대 여성에게 속여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혼인빙자간음)로 기소된 B씨도 A씨와 같은 이유로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되자 지난 7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