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투자 손실을 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고 자진사퇴한 황영기 전KB금융(145,500원 ▼1,000 -0.68%)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금융당국이 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재임 시절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 만큼 향후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16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황 전 회장은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금융위원회 등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황 전 회장은 "당시 최고경영자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도덕적 책임은 기꺼이 감수하겠지만 법을 어겼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는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명예회복 차원에서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황 전 회장은 소장에서 "사전에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에 관여하거나 사후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며 "고의로 금융 건전성을 해치거나 법규를 위반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당국은 은행법 54조를 근거로 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주장만 하고 있을 뿐 행위에 대한 아무런 구체적 입증이 없다"며 "이를 근거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법 54조는 '금융사 임원이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하는 때에는 업무집행의 정지를 명하거나 임원의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황 전 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CDO와 CDS 투자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고 당시에는 이 상품에 대한 위험 인식도 없었다"며 "내가 책임 있는 만큼 감독 당국도 책임이 있고 내가 책임 없는 만큼 감독 당국의 책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황 전 회장은 2005~2007년 우리은행이 CDO, CDS 투자 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하고 1조6200억원의 손실을 냈다는 이유로 지난 9월 금융위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자진 사퇴했다.
황 전 회장은 금융위의 징계에 따라 향후 4년간 금융기관 임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됐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 13조 6항은 '직무정지 징계를 받으면 임원자격 요건에 따라 업무 집행정지 종료일로부터 4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황 전 회장의 소송 제기에 대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이날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위에서 판단한 것을 본인이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하면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