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유재홍 한국전파진흥원장…명칭변경 앞두고 '변화' 채비
한국전파진흥원이 국내 다큐멘터리방송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아마존의 눈물' 제작을 지원했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다. 전파와 방송을 연결하기가 쉽지 않고 무엇보다 전파하면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콘텐츠 지원은 전파진흥원의 고유 업무다.
방송과 통신정책을 책임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산하기관이 한국전파진흥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 압축되면서 전파진흥원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방통위 출범 이전만해도 무선국 검사가 주된 업무였지만 이제는 전파업무는 물론 방송 관련 업무까지 맡으면서 위상도 높아졌다.
특히 오는 4월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전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파진흥원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진흥원 명칭이 '한국전파진흥원'에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기관 명칭에 따라 진흥원의 업무영역도 전파 중심에서 방송·통신으로 확대된다.
앞으로 전파진흥원은 방송·통신 융합정책의 지원과 정책개발은 물론 진흥업무, 위탁업무 등을 수행한다. 특히 스마트폰 열풍과 3차원 입체영상(3D) 영화 등으로 부각된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진흥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게다가 전파진흥원은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까지 맡게 돼 콘텐츠 육성에 보다 힘이 실릴 전망이다.
변신을 코앞에 둔 전파진흥원은 지난해 9월 부임한 방송분야의 전문가 유재홍 원장이 이끌고 있다. 변혁기를 앞둔 유 원장에게 전파진흥원이 어떻게 비상할지 들어봤다. 정책을 비판하던 민간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 정책지원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장으로 입장이 바뀐 유 원장의 표정에는 신중함과 함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전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기관명칭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 바뀝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전파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관련법 공포 6개월후부터 기관명칭이 한국전파진흥원에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 바뀝니다. 최대 변화는 업무범위가 기존 전파진흥에서 방송과 통신분야까지 확대된다는 점입니다. 정부 산하단체 중 방송에 진흥이란 명칭을 붙인 기관이 없기 때문에 '방송 진흥'은 의미가 있습니다. 방송 진흥을 담당하는 유일한 공공기관으로 거듭나는 셈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전파진흥원이 방송진흥업무를 하는 데 대한 의아함이 사라질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되나요.
▶방송콘텐츠 제작지원, 시청자 권익사업 등 현재 하는 사업은 물론 방송·통신 융합정책을 폭넓게 지원합니다. 이미 방송광고제도, 통신주파수 회수 등 다양한 정책지원 요구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방통발전기금의 운용주체가 될 뿐만 아니라 국제업무에 대한 요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준비를 해오셨습니까.
▶올해 초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를 단행하는 등 업무영역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방송·콘텐츠·기금 등 정부업무를 새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신설·개편했습니다. 방송통신콘텐츠진흥본부와 기금관리본부를 새로 만들고 진흥업무도 전파진흥본부와 방송통신진흥본부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정책연구본부도 정책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4개 부서로 늘렸습니다. 반면 경영부문의 슬림화를 위해 운영지원부는 기획조종실로 통합했습니다.

―올해 사업목표는
▶첫째, 방송·통신·전파 진흥업무를 강화해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방침입니다. 특히 방송콘텐츠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실업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둘째, 방송·통신 융합 강국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정책연구부문의 인프라 강화는 중요한 목표입니다. 예컨대 전파정책연구와 관련해서는 전파정책과 법·제도, 주파수 회수 재배치 및 손실보상,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방송·통신 융합정책연구에서는 디지털방송 전환과 인터넷TV(IPTV)·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진흥방안 등에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기금운용에 관한 관리과 기반을 조성하고 연구·개발(R&D)분야에서도 성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전파기반 강화와 방송·통신 이용자의 권익을 높이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무선국 검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파 사용 환경을 개선하고 전국민이 다양한 융합서비스를 받도록 뒷받침하겠다. 방송통신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해 부산 및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 활성화, 미디어교육, 조사연구사업 등에 주력하겠습니다.
독자들의 PICK!
―가장 역점을 두실 분야는
▶콘텐츠 유통질서 확립에 앞장설 계획입니다. 이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각광받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킬러콘텐츠를 확보하려면 지금과 같은 왜곡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콘텐츠사업자가 제대로 대접받아야 킬러콘텐츠가 양성됩니다.
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와 글로벌 콘텐츠 제작·지원, 방송콘텐츠 투자조합 유치, 방송콘텐츠 융자사업 유치 등으로 방송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되면 방송·통신 콘텐츠 유통구조가 선순환 방식으로 바뀔 것입니다. 예컨대 콘텐츠사업자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팔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픈마케팅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분야가 활기를 띠면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에게 희망을 주고 새로운 창업기회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플랫폼사업자가 콘텐츠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플랫폼사업자가 콘텐츠사업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입니다. 그래서는 킬러콘텐츠가 나올 수 없습니다. 플랫폼사업자가 콘텐츠를 다 만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플랫폼사업자는 콘텐츠사업자에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거대 독립제작사가 방송사보다 힘이 커진 것을 보면 콘텐츠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업무 추진 과정에서 고민은
▶통신 진흥은 주파수정책만 제대로 수립하면 큰 어려움이 없지만 방송은 정치 사회 문화 국민정서 등이 겹쳐있어 진흥업무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방통발전기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업계가 느낄 수 있는 진흥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던 민간 CEO 입장에서 정책 지원을 하는 입장으로 바뀌니까 신중해졌습니다. 하지만 "정책지원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충분히 자신도 있습니다.

―업무 추진에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공공기관 평가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뽑기가 어렵습니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려면 적절한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인원을 더 뽑아야 할 시점인데 공공기관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직원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진흥원의 미래 모습을 어떻게 그리시는지요.
▶진흥원을 개혁한다거나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는 생각은 적습니다. 지금은 현실을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기초를 닦을 때입니다. 기술개발과 사업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진흥원이 돼야 합니다. 방통발전기금을 통해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닌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하고 장비 국산화에 힘쓸 것입니다. 실험실 공간은 연구가 이뤄지는 장이 될 것입니다. 진흥원을 방송·통신 R&D의 기초가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