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전자소송시대에 즈음해

[법과 시장]전자소송시대에 즈음해

양진영 변호사
2010.03.08 08:21

마침내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4월부터 형사재판을 제외한 모든 소송을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로 진행하게 되는 이른바 "전자소송" 시대가 도래했다.

이 법은 '전자소송'을 시행하기 위한 법으로 그 주요 내용은 소송의 당사자가 소장이나 준비서면, 증거서류 등을 전자문서로 작성한 뒤 이를 법원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제출할 수 있다. 법원 역시 판결문 등을 컴퓨터로 작성하고 전자문서를 사건기록으로 관리하며 사용자로 등록한 당사자에게 인터넷 등을 통해 송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소송이 시행되면 소송당사자는 법원에 직접 갈 필요 없이 컴퓨터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자유롭게 소장이나 서류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사건진행상황을 살펴보고 판결문도 인터넷을 통해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전자소송은 독촉절차에서는 이미 시행 중에 있으며 올해 특허소송을 시작으로 2011년 행정소송과 개인회생 및 파산, 2012년 민사소송, 2013년에는 신청·집행사건 등 형사소송절차를 제외한 소송절차 전반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거의 모든 소송에 대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은 인터넷을 통해 일부 민사사건에서 온라인소송(Money Claim Online)을 도입했고 미국도 일부 지역과 일정 분야에서 온라인을 통한 소송(File a Claim On-Line)이 운영되고 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 역시 이번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로 전자소송의 본격화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었고 우리 대법원은 세계 최초로 사법부 IT서비스 관리 분야의 국제표준규격인 'ISO 20000' 통합인증을 획득한 전산정보센터를 열었다.

사법부의 최종적인 목표는 전자법원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자법원이란 인터넷상의 대국민 법원 창구인 '전자법원포털',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전자법정', 법원에 대한 국민의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전자민원센터', 법원에서 작성된 모든 기록을 전자매체로 보존하고 관리하여 국민의 정보 접근을 쉽게 하는 '전자기록관리', 법원의 모든 행정사무에 관한 정보를 지원하는 '전자행정법원', 그리고 앞서 본 '전자소송'을 모두 구축한 정보화시대에 걸 맞는 법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전자소송의 시행으로, 소송당사자는 간단한 사건의 경우 어렵지 않게 소송에 필요한 서면을 직접 작성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데 이는 국민의 재판청구권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소송 당사자는 법원에 제출된 소송서류와 소송의 진행상황을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국민들의 알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한층 더 강화해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소송서류의 송달로 소송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확보해 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는 점은 자타가 공인한다. 이러한 우리 국민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아고라를 스스로 만들어 낸 바 있다.

전자소송의 도입은 우리나라가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민들 스스로 자신의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아레나를 만들어 준 것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한국적인 방식의 국민 기본권 강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전자소송의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전자소송은 우리 국민의 권익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초기에는 적잖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따라서 전자소송제도가 조기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완벽한 인프라구축은 물론 관계공무원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대국민 홍보가 절실히 요구된다. 모쪼록 전자소송제 도입으로 사법부는 물론 법조인 모두가 국민의 권익 증진에 힘쓰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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