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낙태금지 논쟁에 대하여

[법과 시장]낙태금지 논쟁에 대하여

김진한 변호사
2010.02.22 09:19

미국에서는 지난해 5월31일 낙태옹호론자로 30년 가까이 낙태 시술을 실시해온 조지 틸러 박사를 급진적 반낙태주의자가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낙태 찬반 논쟁이 가열된 바 있다.

카톨릭 국가로서 낙태뿐 아니라 인공적인 피임까지 금지하는 필리핀에선 매년 4500명의 여성이 불법 낙태시술로 사망하자 불법적 낙태와 원치 않는 출산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피임약을 보급해야 한다는 법안이 필리핀 의회에 상정, 찬반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젊은 산부인과의사들로 구성된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라는 단체가 불법 낙태 근절 성명을 발표했다. 올들어선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를 상습적으로 시행한 산부인과 병원과 의사들을 형사고발하면서 최근 낙태에 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낙태를 반대하는 측의 의견은 낙태를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살인행위라고 하면서 낙태로 인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졌고 현재의 저출산 문제를 낙태를 금지하면 일정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낙태를 찬성하는 측은 낙태 여부의 선택은 여성의 고유한 권리라며 태아의 생명권보다 산모의 행복추구권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낙태 금지로 태어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의 사랑을 받기 힘들고 버려지거나 제대로 양육받지 못해 결국 범죄율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고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더라도 낙태의 수를 줄이지는 못하고 낙태시술이 음성화된다고 주장한다.

다만 낙태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도록 성교육을 강화하고 미혼모를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며 미혼모를 사회적 낙오자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제269조에서 낙태죄를 규정, 낙태한 자는 처벌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으로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즉 모자보건법상 낙태가 허용되는 경우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하는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

민법은 태아를 상속에 관해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고(민법 제1000조 제3항), 고의로 상속의 선순위 혹은 동순위자를 살해한 경우 상속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어(민법 제1004조 제1호) 태아를 낙태한 산모의 상속권이 부정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2. 5. 22. 92다2127).

우리나라의 낙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2005년만 하더라도 한해 34만건 가량의 낙태가 이뤄졌으며 그해 출산된 신생아수의 80% 가량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낙태의 자유를 일정 정도 허용하면서 인구도 우리보다 6배가량 많은 미국과 비슷한 수치다. 낙태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낙태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결국 법과 현실에 괴리가 심각한 것이다. 이번 논쟁이 그 동안 어두운 곳에서 쉬쉬하던 불편한 진실을 이제는 양지로 꺼내서 온 국민의 논의와 토론을 통하여 합리적 결론에 이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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