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근해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내 예비군 교육관에는 지난달 30일까지 수색현장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연결한 대형TV가 설치돼 있었다.
이것은 현장 소식을 알려달란 가족들의 강력한 요구에 해군이 현장 CCTV와 연결해 준 것. 하지만 CCTV화면을 보고도 가족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화면에는 멀리 떠있는 군 함정만 보일 뿐,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를 설명해줄만한 능력과 책임을 지닌 인력마저 없다.
결국 합참이 공개한 사고 당시 열상감지화면 수준으로 전락한 CCTV화면은 31일 실종자 가족 협의회의 기자회견이 열린 후 다시 설치되지 않았다.
한편 계속되는 불안과 의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27일 백령도로 파견한 참관단과 각자의 사회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사령부와 실종자 가족 간의 벽은 여기서 생겨난다. 책임자인 군이 아니라 다른 통로로 현장 소식을 듣기 때문에 가족들은 당연히 '군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29일 함미에 산소를 주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 평택의 가족들은 이날 오후 9시 30분경 백령도의 참관단에게 "함미에 산소를 주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는 사령부 관계자도 확인해준 사실. 그러나 합참은 "주입한 적 없다"고 부인하다가 다음날 오전 1시가 돼서야 이 사실을 인정했다.
2함대 사령부의 정보수집도 한심한 수준이다. 백령도 참관단 66명이 속초함을 타고 평택으로 돌아올 때 사령부 측은 '가족 60여명이 돌아온다'고 밝혔다. 이에 취재진이 정확한 인원을 말해달라 요구하자 "정확히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궁색한 답을 내놨다.
이는 나머지 참관단 18명이 해군 헬기를 타고 귀환할 때도 마찬가지. 2차로 백령도를 향했던 3명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도 즉각 답변을 못하는 등 군은 함정, 헬기에 민간인을 태우고도 정확한 숫자마저 파악하지 못했다.
매번 가족들의 항의가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하는 해군. 실종자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할, 혹은 의문에 대해 가장 빠르게 알아봐 줄 수 있는 인력도 상주시키지 않는 군 당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