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기표 한국법제연구원장
- 생소하고 딱딱한 법률용어 변경
- 친근감 느끼게 하는 '법률전도사'
- 사회적 문제 가중처벌 빠른 처리
- 특별법 많아져 기본법 보완 필요
법질서 확립을 통한 국격(國格) 향상이 사회적 화두로 제시됐지만 우리 국민의 법질서 의식은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법질서 수준이 OECD 30개국 중 27위에 그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민의 법질서 준수의식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알기 쉬운 법령을 만들어 국민의 법이해 수준을 높여야 한다. 우리 국민이 '법조문과 법률용어가 딱딱하고 생소해서'(47%) 또는 '법 내용이 실제생활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서'(34%)라는 이유로 법을 어렵게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의견수렴의 기회를 확대해 국민이 법에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알기 쉬운 법률용어를 만들어 국민에게 법령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법제 연구를 통해 입법정책에 방향을 제시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급변하는 우리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법제 확립이 신속하게 뒤따라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법제연구원의 역할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입법이론에서부터 기초법과 고전법 분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로 법치주의 정착에 앞장서 온 김기표(57·사진) 한국법제연구원장을 만나 국민의 법질서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역점 정책과 향후 구상을 들어봤다.

-한국법제연구원이 개원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의 주요 활동과 성과를 소개해주십시오.
▶한국법제연구원은 1990년 7월에 개원한 이래 지난 20년간 입법이론 및 기초법연구와 고법전 연구, 현행법제 연구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법률문화향상에 이바지하고자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또한 다양한 외국법연구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구축해왔습니다. 현재 전 세계 18개국 28개 외국 유명대학, 법학연구소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선진 법제정보를 교류하고 있습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대한민국현행법령집, 법률연혁집 및 법령해설자료지를 발간·보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아직도 법령정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국민이 법률정보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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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이 법령정보에 대한 생활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령정보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거나, 읽거나, 듣도록 함으로써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면 담배 포장에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 국민건강증진 법령, 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경우 경범죄처벌법령에 따라 처벌 됩니다'라고 표기해 준다면 국민이 법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법질서가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입법정책에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한국법제연구원장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주신다면.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으로 억제돼야 합니다.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들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해 여과없이 사회 구석 구석에 전달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에 비로소 민주정치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자유가 아닙니다. 우리 헌법은 표현을 통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거나 다른 사회 구성원들의 인격을 파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 개입의 적정선(適正線)일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내 거주 외국인도 1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최근 영문 법령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반응은 어떻습니까.
▶연구원은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던 '대한민국영문법령 웹서비스를 지난 4월1일 전면 무료화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령과 제도에 대한 세계인의 이해를 돕고 대외무역 촉진 및 외국기업과 외국인들의 국내투자 확대에 기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무료 영문법령 서비스 개시 이후 홈페이지 회원수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홈페이지 방문자수도 5배 이상 늘었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화학적 거세법'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인권침해 논란과 함께 졸속 입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신속히 법제화하는 움직임과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 신속하게 법률을 제·개정해야 합니다. 다만 너무 성급하면 법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잘못 선택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특별법이 많이 제정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다보니 특별법이 많아진 것입니다. 특별법을 검토해 필요하다면 일반법이나 기본법을 보완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법률전도사' 역할을 하시면서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힘든 점은 매학기 연구원의 박사들이 몇 명씩 대학교수로 빠져나가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는 모든 국책연구기관의 공통적인 문제입니다. 연구원을 교수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국책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몇 년 전 로스쿨이 만들어졌을 당시 10여명 이상의 박사가 학교로 가는 바람에 연구에 큰 차질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제9대 한국법제연구원장으로 취임해 임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것만은 하겠다'고 구상하고 계신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한국법제연구원의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연구원의 박사는 40여명으로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 중 규모가 가장 작습니다. 1500개에 이르는 법률을 정부입법정책상 필요하면 모두 연구해야 합니다. 현재 인력으로는 이런 모든 분야 법제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법제교류지원사업도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입니다. 현재 아시아 각국을 상대로 법제교류지원사업을 하는 기관은 헌법재판소, 대법원, 법무부, 법제처, 법제연구원 등입니다. 하지만 해당국가 인사를 초청하거나 방문해 세미나를 여는 등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원이 각 기관에서 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총괄하면 저비용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