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인이 아니기 때문에 명단에서 제외했을 뿐 고의로 숨길 의도는 없었다."
법무부 관계자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 발표 때 법조인 8명의 명단이 누락된 데 대해 해명하면서 한 말이다.
당초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총 2493명의 사면 대상자 가운데 107명을 공개 대상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13일 명단 발표 당시 78명의 명단만 공개했다. 법조인 8명을 비롯한 나머지 29명의 명단은 열흘이 지나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의 결정을 무시한 점이다. 법무부는 사면 대상 선정과 심사에 공정을 취하는 취지에서 2007년 1월 사면심사위를 설치했다. 사면권 오남용이라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원칙을 법무부가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법조인을 사실상 몰래 사면 복권한 점이다. 대상 법조인은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손주환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이원형 변호사 등 전직 판사 3명, 검사 3명, 변호사 2명이다.
조 전 부장판사는 2006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법조 브로커 김홍수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김씨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모든 법관과 더불어 국민 앞에 고개 숙인다"며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로 파장은 컸다.
따라서 "유명인이 아니라 제외했다"는 해명은 듣기 민망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해 보인다. 고법 부장판사는 차관급이고,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이들 모두가 고위 공직자다. 반면 이들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받고도 사면받지 못한 서민들이 수두룩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면에서 내세웠던 국민대통합과도, 국정 후반기 구상으로 내놓은 '공정사회'와도 배치되는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스폰서 검사' 특검이 한창 진행 중이다. 법조비리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할 시점에 법조비리로 유죄 확정을 받은 법조인을 슬며시 복권시킨 것이다. 수사와 재판이 시작이라면 집행과 사면은 완성이다. 수사와 재판 만큼이나 사면권 행사에도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법무부는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