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사안에 대한 공무원의 의사표현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령에 부합하는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행위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교조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등 노조원들의 심리를 맡은 정한익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선고에 앞서 전교조의 강령을 읽어 내렸다. 이어 전교조의 정치적 활동이 과연 조직의 결성 취지와 부합하는지 살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재판부는 정진후 위원장을 비롯해 함께 기소된 노조원 전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뿐만 아니라 시국선언 지지를 위한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된 정헌재 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등에게도 벌금형을 내렸다.
이에 앞서 전국 법원들도 전교조 시국선언과 관련한 10건의 사건을 유죄 판결을 내렸고 전주지법과 대전지법에서 나온 2건의 무죄 판결도 모두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재판부의 표현과 같이 공무원이 개인으로서 보유한 표현의 자유보다 정치적 중립의무가 우선한다는 판단이다. "전교조의 활동은 조직원의 임금, 근로조건 향상 등 사회적·경제적 지위향상에만 국한돼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이처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자리에서 나온 정 부장판사의 발언은 사견임을 전제로 했다 하더라도 전교조 활동에 대한 사법부의 간섭으로 여겨질 수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 부장판사는 "전교조가 본연의 활동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개인적으로 한 말"이라며 "이번 판결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교조 시국선언으로 시작된 논란은 헌법으로 보장한 정치 활동 및 표현의 자유를 공무원이란 이유로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상급 법원의 해석이 나오기 전까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의 정치 활동, 이에 참가한 교직원에게 내려진 징계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한 평가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양측의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교육받아야할 학생들은 소외된 것이 아닌지 한번 생각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