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너 경영' 한계 보여준 C&그룹

[기자수첩]'오너 경영' 한계 보여준 C&그룹

김훈남 기자
2010.12.07 17:15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임병석(49) C&그룹 회장의 횡령사건 첫 공판이 끝나갈 즈음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임 회장의 아내 허모(46·여)씨가 "변호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케 해 달라"며 특별 변호인 선임 신청을 낸 것이다.

모자라는 국선변호인 수요에 대체하기 위해 사법연수생이 변호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법률적 지식을 검증받지 못한 허씨가 특별 변호인을 자처한 것은 이례적이다.

허씨는 이날 "변호사 수임료는커녕 직원들 월급도 못주고 있다"며 재판부에 하소연했다. 남편이 구속돼 기업운영이 불가하므로 자신이 변호인과 동등하게 제한없이 접견, 도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변호인도 "임 회장이 제대로 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들었다.

그러나 반어적으로 허씨의 하소연은 C&그룹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말았다. C&상선 등 상장사 5개를 포함 계열사 30여개를 거느리고 6500여명의 임직원을 먹여 살리던 C&그룹이 오너 한명의 부재로 경영판단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임 회장의 판단에 의해서만 기업이 좌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르고 과감한 경영판단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볼 수 없고 오너기업에서만 볼 수 있는 강점임은 분명하다. 지난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복귀 1개월반만에 10년간 23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밝혔을 때 업계 관계자는 "오너만이 내릴 수 있는 과감한 투자결정"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발휘되려면 그에 걸맞는 견제 장치와 정확한 시장파악이 전제돼야 한다. 한 사람의 판단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만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의 적절성을 살펴줄 '충신'이 필요하다. 허씨의 하소연이 사실이라면 임 회장은 자신의 공석을 메워줄 '2인자'마저 양성하지 못한 셈이다.

만약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 임 회장에게 죄를 묻는다면 C&그룹은 오너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선례가 될 것이다. 한때 연매출 1조8000억원에 재계순위 71위를 달성했던 C&그룹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기업의 존망이 거론되는 것을 대검 중수부의 수사 탓이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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