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학생에게 점심 한끼 먹이기가 참으로 어렵다. 3월 신학기를 맞아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 학교가 전국적으로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판단 잣대는 단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이 아니라면 적어도 다음 3가지 잣대로 한쪽 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낫다고 본다.
즉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경제력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급식해야 하는지, 지방자치단체가 무상급식을 유지할 재정능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전면 무상급식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일 미칠지 등을 판단 잣대로 삼는 것이다. 이들 잣대로 본다면 전면 무상급식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먼저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주장은 의무교육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모의 양육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식 '배급'을 연상시킨다는 우려다.
최근 만난 서울시 교육청의 고위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현행법상 의무교육의 무상 범위는 수업료에 한정된다"며 "급식이 의무교육의 일부라면 신발부터 교통비, 교복 등 학생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국가가 보장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무상급식이 의무교육에 대한 과잉해석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도 무상급식이 의무교육 범위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물론 이번 학기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 서울시 교육청은 "의무교육은 무상실시가 헌법정신"이라며 "전면 급식 역시 헌법정신에 따라 무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면 무상급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능력도 주요 기준이다. 재정능력을 무시한 무상급식은 역설적으로 저소득층과 이들 자녀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어서다.
현재 무상급식 재원은 시도 교육청과 광역·기초 자치단체가 일정액을 서로 부담하고 있다. 가령 이번학기 서울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 비용은 모두 1450억원. 서울시 교육청에서 1162억원, 25개 기초단체에서 288억원 등을 조달했다.
재정이 넉넉지 않다보니 무상급식을 위해 다른 예산에 손을 데는 경우가 빈발하다. 서울시 교육청이 화장실이나 노후교실 개선에 들어갈 1180억원을 삭감해서 무상급식비로 전용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경기도 고육청도 무상급식 예산을 증액하면서 '도시 저소득지역 교육복지투자 지원' 항목을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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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이 '복지 포퓰리즘'을 촉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고려할 만하다. 전면 무상급식은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과 함께 '보편적 복지론'의 골격을 이루고 있어서다. 이들 공약에 필요한 재원만 최소 20조원으로 추산된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국가채무가 400조원대로 늘어,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여간 부담스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미 1인당 490만원의 세금을 내야하는 국민들에게 더 내라고 하기도 곤혹스럽다.
돈도 돈 이지만 과잉 복지서비스에 대한 공약은 자칫 우리 사회의 '경제활동을 영위하고자 하는 의지'(the will to economise)'를 약화시킬까 우려된다.
다만 대다수 학부모들이 연간 50만원 가량을 줄이는 전면 무상급식을 반기는 현실을 정치권과 정책당국자는 두려운 마음으로 직시해야 한다. 가계살림살이가 궁핍해 질수록 전면 무상급식은 또다른 형태로 부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