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분쟁 소식에 전세계가 떠들썩하다. 그 중 특히 미국에서의 특허침해소송은 그 중요도가 아주 크다. 그 이유는 미국의 시장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인정받아 적법한 특허권이 생겼더라도 이 특허에 대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도대체 특허권을 갖고도 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애보트(Abbott)사는 일회용 혈당 테스트 발명 관련 자신들의 미국특허(이하 551특허)를 벡턴디킨슨(Becton Dickinson, 이하 BD)사가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지방법원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BD사는 애보트사의 551특허가 사용 불가능한 특허라는 주장을 폈다. 그 이유는 애보트사가 소유하고 있는 다른 관련 발명 정보를 미국 특허청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애보트사는 "유럽특허출원의 절차 중에 논의됐던 정보가 중요성이 있는 정보가 아니라는 판단에 미국 특허청에 제출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반박을 했다.
이 사례는 미국특허출원에서 IDS(Information Disclosure Statement) 제출의무가 논점이 된 사례다. IDS 제도는 미국특허출원의 심사과정에서 해당 특허의 특허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모든 정보에 대해서는 미국 특허청에 제출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물론 우리나라나 일본 등에도 해당 특허발명과 관련되어 있는 선행기술에 대해 특허명세서 내부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을 어겼을 때 미국만큼 혹독하게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IDS 제출 의무를 어기면 제3자가 해당 특허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아예 제3자에 대해 해당 특허권에 대한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에서 BD사가 애보트사의 특허를 침해했음에도 불구하고 BD사가 애보트사를 공격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위 사례로 돌아가면, 미국 지방법원은 "애보트사가 IDS규정을 어겨 551특허의 권리가 BD사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지방법원에 따르면 애보트사에 의해 제출되지 않은 자료가 출원발명의 특허성 판단에 중요한 자료이고 이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미국 특허청을 기만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 BD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애보트사는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BD사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독자들의 PICK!
다만 애보트사 사건의 항소심 결말은 원심과 다소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 5월 나온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IDS제출의무와 관련된 조건을 보다 합리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특허기술에 있어 선행기술의 중요도와 특허청을 속이기 위한 의도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 이에 따르면 선행기술이 특허 인정에 있어 중요한 판단 척도라 할지라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행위만으로 특허청을 속이려 했다고 추론해선 안된다는 해석이다.
또한 중요성 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부 불법행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IDS 자료가 제출되었다면 미국 특허청이 특허를 허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테스트(But-For Test) 결과가 나와야 중요성 요건이 만족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항소심 법원은 유럽특허출원 과정 중에 논의되었던 정보가 미국 특허의 특허성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보는 아니기에 이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IDS제출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 싫다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의 심사과정 중에 논의되었던 선행 기술자료를 무조건 IDS로 제출하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