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법원이 이혼 소송 중인 자신의 아내를 내연녀와 공모해 살해한 대학교수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 교수는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뒤 가방에 넣어 강물에 던졌다. 언론에서는 유기징역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내려진 최고 형량이라고 보도했다.
그 즈음 법원은 경기도 동두천 시내 고시텔에서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주한미군 사병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 또한 미군 범죄 가운데 1992년 발생한 '윤금이씨 살해사건'(경기도 동두천 보산동에서 미군전용클럽 종업원 윤금이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 징역 15년 확정)이후 두 번째로 엄한 처벌이라고 한다.
이 같은 흉악한 범죄에 대해, 사형 내지 무기징역까지는 선고하지 않은 것은 이해한다 치자. 그러나 10년 내지 30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을 가리켜 사상 최고 형량 내지 두 번째로 엄한 처벌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이들의 범행에 대한 사회적 공분에 비춰 모자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뉴스를 보면 1987년 뉴욕 마피아 대부에게 징역 100년이 선고된 예가 있다. 또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총 6명의 14세 미만 아이들을 성폭행해 온 인면수심의 남성에게는 징역 300년이 선고됐다. 물론 인간 수명의 한계로 인해 이와 같은 형량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영미법계의 나라에서는 종종 있는 사례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징역 300년'은 불가능하다.
영미법계에서는 수개의 죄를 저지른 경우 각 죄에 따른 형량을 산술적으로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에서는 수개의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가장 중한 죄에 대한 형량의 2분의 1까지만 가중할 수 있는 가중주의를 따른다(형법 제38조). 또한 형을 최대한 가중한다 하더라도 그 가중한 형량의 최고 한도를 50년으로 제한하기 때문에(형법 제42조) 징역 300년은 나올 수 없다.
설명하자면 징역 10년에 해당하는 공갈죄를 5개 저지르고, 징역 30년에 해당하는 강간죄를 2개 저지른 범죄자에 대하여, 영미법계의 경우 최고 110년(10년×5 + 30년×2)의 형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의 경우 가중주의에 따라 가장 중한 형인 30년에 그 형의 2분의 1인 15년을 더한 45년형을 선고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 조항도 2010년 개정된 것으로서 그 이전에는 징역 25년형이 실형으로는 최고였다. 우리나라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형벌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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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법체계의 차이로 인해 1995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불러일으킨 백화점 사주 이모씨는 징역 7년6월의 형만 받았다. 당시 사고로 인해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어찌 보면 한두 명에 대한 살인죄보다도 더 한 분노를 자아내는 범죄였음에도 처벌은 미비했던 것이다.
형법 제268조상 업무상과실치사의 형량은 5년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합산할 수 없고, 2분의 1만 가중할 수 있었다. 이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작 징역 7년6월을 받았지만 영미법계의 병과주의에 따르면 2,500년 이상의 형을 살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물론 법체계가 달라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이를 적절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 체계를 운용하는 사법정의가 사법부에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
끔직한 흉악범죄에 대하여는 과감하게 무기징역이나 법정 최고형을 선고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일말의 온정주의가 있어서는 피해자는 물론 국민도 해당 판결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