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재현 류종은 기자) = 지난 22일 강행처리된 한미FTA 비준안 철폐를 외치는 집회가 3일째 열린 서울광장에서 물대포는 발사되지 않았고 주최측은 자발적으로 해산했다.
전날 영하의 날씨에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쏴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경찰의 '물대포 사용'은이날 집회에서 큰 관심사였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에 따른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집회가 벌어진 서울광장 건너편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기획팀 10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정상영 인권위 조사기획팀장은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할 때 적법한 절차에 의해 사용하는지와 피해상황 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현장에 나왔다"며 "영하의 날씨임을 고려해 1차적으로 경찰에 '물대포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요일과 토요일에 또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어 오늘 이렇게 인권위가 현장에 투입돼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은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된다"며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 사용에 따른 여론이 악화되고 실제 피해자들의 진정이 접수돼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는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와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5당이 주최한 '한미FTA 비준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와 촛불 문화제가 이어졌다.
저녁 7시에 시작된 촛불문화제는 경찰과의 충돌없이 8시께 종료됐다. 그러나 주최측은 해산하지 않고 중구 소공동으로 이동하려 하자 경찰은 살수차량 2대를 이용해 도로를 가로막고 경력을 투입, 폴리스라인을 설치해길목을 막아섰다.

이때부터 시위대와 경력의 대치가 시작됐다.
저녁 8시16분께 경찰은 1,2차 경고방송을시작으로 해산하지 않을 경우 '물대포를 사용하겠다'는 3차 경고방송을 시작했다. 시위대도 이에 굴하지 않고 "한미FTA를 폐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에 대비해미리 준비한 듯 비옷을 입은 시위대를 곳곳에서 발견 할 수 있었다.
저녁 8시28분께 '청운동에서 한미FTA 반대를 외치며 청와대로 진입하려던50여명 중 17명이 연행됐다'는 주최측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시위대의 열기는 더욱 고조됐으나 다행히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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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40분께 주최측은 "내일도 이곳에 모여 다시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는 방송과 함께 해산 안내 방송을 하며 자진 해산을 유도했다.
앞서 오후부터 시작된 이날 집회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정동영·정세균·조배숙 민주당 의원 등 야 5당 정치인, 노동계 인사, 시민등 6000여명(경찰추산 30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미FTA 폐기하라, 한나라당 해체하자, 이명박을 몰아내자" 등 구호를 외치며 한나라당과 현 정부를 규탄했다.
범국본은 "4대 선결조건을 포함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내준 한미FTA 비준안이 날치기 처리됐다"며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검은머리 미국인' 통상관료들이 만들어낸 최악의 매국협정"이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한미FTA 협정 24장 5조를 보면 '협정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 당사자에게 조약을 무효로 통보하면 180일 뒤에 효력이 중지된다'고 명시돼있다"며 "한미FTA는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에도 배치되는 만큼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쏜데 대해 "추운 날씨에 물대포를 쏘는 것은 기본권을 유린하는 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나라당에서는 지역구 예산 때문이라도 야당의 장외투쟁이 오래 못 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지역구 예산을 못 따도 한미FTA를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보수언론들은 내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것에 대해 테러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대한민국 주권에 테러를 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강실 한미FTA저지 범국본 상임대표는 "한미FTA 저지를 위한 뜨거운 열정으로 추위를 딛고 온 여러분을 사랑한다"며 "한나라당은 FTA가 일단 통과되면 사람들이 포기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오후 2시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6개 농어민단체들로 구성된 '한미FTA 저지 농수축산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한미FTA 원천무효! 이명박 정권 퇴진!' 집회도 진행됐다.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지난 10월6일 여의도에서 1만여명 농민들이 모여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1차 경고를 했다. 이후 10월28일과 11월4일에도 2차, 3차 경고를 했지만 국회는 이를 무시했다. 농어민의 3차 경고를 무시한 국회는 농어민들의 분노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농어민 400만명, 중소상인 500만명, 노동자 1500만명 그리고 2008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며 "이제는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고서 투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 중에 대한민국만큼 모든 것을 내준 나라는 없다"며 "한미FTA가 발효되면 1531개 품목 중에 37.6%나 되는 576개 품목들의 관세가 즉시 없어지고 금액으로는 55.3%, 즉 절반 이상이 무관세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비준된 한미FTA는 다음달 19일 대통령이 서명하고 미국과 서한을 교환하게 되면 6개월 안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도록 한미협정문에 명시돼 있다.
경북 안동에서 소 500마리를 키운다는 신모씨(48)는 "이명박 대통령은 한우를 수출하면 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며 "유명 요리사들도 한우는 좋지만 비싸서 쓰기 힘들다 하는데 값싼 미국 쇠고기가 들어오면 한우농가들의 생존권은 절대 보장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충북 서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씨(59)는 "한미FTA가 발효되면 농민들의 미래는 보장될 수 없다"며 "지금도 아들 결혼자금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킨 151명 국회의원들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또 내년 대선이 오기 전에 '이명박 정권 퇴진'을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고 한다.
시위대는 이날 4시30분께 서울광장 집회를 마치고 명동으로 행진을 진행했지만 경찰 진압에 막혀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까지만 이동했다.
이어 이들은 오후 7시부터 '한미FTA 날치기 국회비준 무효화 및 이명박-한나라당 심판 촛불 문화제'에 참가했다.
한편 서울시경찰청은 이날 집회에 대해 "고령자와 여성, 농민들이 다수 참석하는 점을 고려해 안전을 우선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면서도 "도로점거, 가두시위 등 불법적인 행위가 일어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