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 직후 인천지법의 최모(45)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반향은 엄청났다. 부장판사의 신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려도 되는지, 또 "뼛속까지 친미"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등의 표현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최 부장판사를 옹호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는 소수 친구나 회원만 공유하는 사적공간'이라는 입장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사생활 영역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 실제로 최 부장판사의 페이스북 친구는 당시 300여명이었다. 겨우 300여명의 친구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최 부장판사의 거친(!) 표현에 대해서도 '법관도 사회 이슈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감싸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내부에서는 "신중치 못했다"라는 시각이 조금 우세하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과 여론이 양분된 상황에서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평가절하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법관이 선거운동 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활동을 하지 아니한다'는 법관윤리강령 7조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특정 정파로 매도돼 재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법조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한 최 부장판사가 앞으로 FTA와 관련사건을 맡을 수 있겠나"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 역시 "SNS는 전파력이 강해 단순히 사적인 영역으로만 볼 수 없다"며 "최 부장판사가 SNS 사용에 대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SNS를 통해 사회현안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는 것에 대한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분쟁과 갈등을 해결조정'하는 법관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