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최근 서울중앙지법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는 법정에 앳띤 10대 소년 한 명이 두 명의 사복경찰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
나이에 비해 믿기지 않을 만큼의 흉악범죄를 저지른 이 소년은 법대 위 재판장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아마도 법복을 입고 법대 위에 앉아있는 재판장이 학교의 '꼰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닐까.
이 모습을 본 재판장은 그때부터 안경을 고쳐쓰고 소년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재판장은 소년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경찰로부터 영장 청구의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이어 변호인과 본인 진술을 들은 재판장은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앞으로 긴 인생을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 인생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 잘 생각해봐라."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 소년은 마치 몇 년이라도 참았을 법한 울음을 터뜨렸다. 통곡이었다.
재판장의 말 한마디에 소년은 세상과 쌓았던 높은 담장을 무너뜨렸다. 법원은 경찰이 청구한소년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사건을 소개한 서울중앙지법의 한 영장전담 판사는 "기록을 검토해 보니 소년의 불우한 환경이 짐작이 되더라"며 "아마 지금까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따뜻한 말 한마디 못 들어봤을 것 같더라"고 말했다.
또다른 영장전담 판사는 "수많은 범죄기록을 보며 그들의 입장을 헤아려 구속영장 발부여부를 고민해야하는 우리 직업이 어쩌면 극심한 '감정 노동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평소 최근 급증하고 있는 '묻지마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구성원 서로가 믿고 의지하며 돕고 배려하는 공동체로서의 기능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웃의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영하의 혹한을 뚫고 세상을 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