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나운서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강용석 의원이 무슨 의도인지 개그맨 최효종의 TV프로 발언을 국회의원들을 모욕한 것이라며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최근에는 A양 동영상이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해 퍼지자 A양측은 유포자를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소한 상태다. 또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차관은 이국철 SLS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렇듯 명예훼손과 모욕이 난무하는데 과연 두죄의 차이는 무엇이고, 정보보호법위반죄, 무고죄와는 어떤 관계인가. 형법상 명예훼손이란 '공연히' '사실 내지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이다.
첫째 요건인 '공연히'란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 내지 여러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단 둘이 있는 상태라든가 통화중인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그 사람에 관한 허위 사실 예컨대 "너 부정입학 했다면서?"라고 얘기한다고 해도 명예훼손죄는 되지 않는다.
또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고소장을 제출한 행위에 대하여 명예훼손으로 왕왕 고소하는데, 이 경우 무고죄는 되지만 명예훼손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고소장의 경우 여러 사람들이 보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수사담당자만 보기 때문에 공연성이 없는 것이다.
도대체 뭘 준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강용석의원의 아나운서들은 다 줘야한다는 발언도 대학생 20여명이 있는 장소에서 했기 때문에 공연성이 충족된 것이다. 또한 여러 사람이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벽보를 붙이는 경우는 여러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역시 명예훼손이 되고, 비록 한 사람일 지라도 여러 사람에게 전파가능성이 있는 기자에게 말한 경우도 역시 공연성을 충족한다. 단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상관의 면전에서 상관을 모욕한 경우로 '공연성'이 요구되지 않는 특수한 형태다.
둘째 요건은 '사실 내지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욕설을 한 경우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죄에 해당한다. 어떤 사람에게 '도둑놈' '문어대가리'라고 부르는 경우, 실제 도둑이나 문어의 머리라는 사실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욕설을 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모욕죄에 해당한다.
이렇듯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혼동하여 고소하는 경우가 있지만 수사기관에서 죄명을 바로 잡아주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A양의 동영상을 퍼뜨리는 것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은 되지 않는다. 정보통신법 제44조의7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란한 영상을 배포'한 행위에 해당되고, 만약 A양 모르게 촬영한 동영상을 배포한 것이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으로 더 엄하게 처벌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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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명예 훼손'의 요건은 다른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대법원은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진 머리 내지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로서 그 단어 자체에 어떤 비하의 뜻이 있다고 볼 수 없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며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최효종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고 또한 국회의원의 공공성에 비추어 국회의원 개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형법 제307조제1항에 의하면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취재와 보도가 직업인 기자들은 명예훼손 전과자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제310조를 보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조각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 또는 심의를 방해하기 위하여 법정이나 국회회의장에서 모욕 또는 소동한 경우 법정모욕죄 내지 국회회의장모욕죄가 성립한다. 최근 국회내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사상 유래없는 행위를 한 김선동의원에 대해서는 여러 죄가 성립되겠지만 국회회의장 모욕죄도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유독 국회의원이란 직업과 친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