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정신보건법' 이대로 좋은가?

인권침해 '정신보건법' 이대로 좋은가?

이슈팀 정유현 기자
2012.06.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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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 피해자들의 절규… "정신보건법은 당신들만의 법"

#10년 전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던 이 모 씨는 가족의 권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하자마자 그는 독방 침대에서 팔다리가 묶인 상태로 구타를 당했다. 그는 입원 후 가족의 면회도 거부당했다.

#5년 전 20대 후반 김 모 씨는 친척 손에 이끌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퇴원과 재입원을 반복하며 3년 동안 손발이 묶이거나 갇히는 등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다.

최근 전북 정읍의 한 정신병원에서 환자 2명이 자살하고 1명이 의문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병원측의 환자에 대한 가혹행위 사실을 밝혀내고 가혹행위에 가담한 보호사 3명을 상습적인 가혹행위혐의로 구속했다.

인권의 사각지대 정신병원. 그곳에선 강제 입원시킨 후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 격리와 포박 조치를 남용하고 가혹행위를 일삼는 행태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권침해를 사실상 '용인'하는 정신보건법 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호자·병원 공모해 강제 입원시켜도 '합법'

9일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정피모)' 게시판에 강제입원을 당했다는 피해사례가 올라왔다. '40대 독신남'이라고 밝힌 그는 "약 2년 전 보호자 동의하에 강제 입원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4명의 남성으로부터 구타와 포복으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하며 "아무 진단이나 검진 없이 주사를 맞고 침대에 묶여 그날부터 강제 투약과 구타를 당하며 철창 속에 감금이 됐다"고 말했다.

정신보건법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는 환자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보호자가 정신과전문의의 동의를 얻어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정신병원측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는 환자의 가족이 재산·성격 등 여러 가지의 이유로 환자를 감금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정피모의 정백향 대표가 바로 그러한 사례다. 그는 2001년 자신의 종교를 다른 교단으로 바꿀 것을 강요한 남편과 목사, 그리고 신도들에 의해 73일 동안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정 대표는 강제입원이 가능한 '정신보건법 24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2010년 환자의 동의 없이 강제 입원을 인정하는 24조에 대해 절차를 강화하는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이 법안은 국회에 통과되지 못했다. 법안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18대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가 중단됐다"며 "단지 일정 상 문제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19대 국회 때 다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조항을 보완해 법안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통제', '치료'를 이유로 '행동제한', '격리' 조항 남용

강제 입원된 환자들은 이후에 더욱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특히 정신보건법 제45조(행동제한의 금지)에서는 의료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통신의 자유, 면회의 자유 등 행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이 억울하게 감금된 환자를 외부와 격리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게시판에도 "정신병원이 정신보건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42세 여성 A씨는 '정신분열증'을 환자다. 그렇지만 그는 약을 먹으며 정상적으로 생활했다. 그러던 중 집안 식구들과의 다툼으로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A씨는 병원에서 주는 약과 식사를 거부했고 병원은 A씨가 굴복할 때까지 가족과의 연락을 차단했다.

환자의 격리조치를 인정하는 제46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46조는 환자 본인 및 타인에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환자에 대한 격리와 포박조치를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병원 내에서 이 같은 조치가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환자들이 강제로 격리, 포박조치를 당했다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해 4월 환자를 강제 입원시키거나 행동제한을 가할 경우 정신과전문의 2명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국회통과가 안됐다. 이 의원 관계자는 "정신보건법이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했는데, 다른 법안에 우선순위에 밀렸다"고 말했다. "논의 자체가 무산됐지만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법 조항 자체가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해 여전히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관계자는 "판단하는 정신과 전문의를 2명 이상으로 늘리면 좀 더 신중하고 엄격한 절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혹행위 금지 조항', 사실상 감시할 방법 없어

환자에 대한 가혹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제43조 조항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있다. 외부와 단절된 정신병원 안에서 폭행 등 가혹행위가 이뤄지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감시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제2의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정읍 정신병원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병원은 직원들의 환자에 대한 가혹행위를 감시하기는커녕 반대로 환자들이 이를 외부에 알릴까봐 그들이 쓴 편지 등을 철저히 감시했다.

"한 번 입원 하면 퇴원이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환자들은 6개월마다 환자를 퇴원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심사를 받게 된다. 이때 환자의 동의가 고려되지 않아 퇴원과 재입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정피모 정백향 대표"한 번 입원하면 퇴원은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자신 및 타인에게 해를 가할 경우 이들을 강제로 입원시키는 최소한의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제는 이 '최소한의 제한' 이라는 규정이 너무 모호해 이를 악용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피해자 및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인권침해를 차단할 수 있는 세심하고 치밀한 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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