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세상]
"추락의 끝이 안보인다." 검찰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치욕의 연속이다. 부장검사의 10억대 뇌물수수와 검사가 절도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한 사실 등 연이은 악재로 인해 검찰은 회복 불가능한 외상과 내상을 입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에 이어 오는 30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검찰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대검의 개혁안에는 대검 중수부 폐지 및 상설특검제도,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미국식 기소대배심제 도입 등 여러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정치권 등서 이미 거론된 사안들로 개혁의 주체만 바뀌었지 내용은 대다수 익숙한 안들이다.
하지만 현 사태와 결부해 개혁안을 바라보는 검찰 내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무사를 무릎꿇려 죽이려 한다"고 검사들은 반발한다. 현 검찰 위기에 대처하는 한상대 검찰총장에 대한 불만석인 아우성이다. 물론 명분도 있다.
대다수 검사들은 논의 되고 있는 제도를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요구에 의해 정치권 등이 법령 개정으로 중수부를 폐지한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금품비리와 성관계 추태로 인해 만들어진 냄새나는 제단에 중수부를 제물로 던질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즉 한상대 총장이 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중수부 폐지 카드를 쓴다는데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검찰 내부의 주장이 이해가 가고 설득력이 있다는데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중수부장 출신의 A변호사는 "현 총장이 중수부 폐지안을 들먹거리면 안된다. 이는 차기 정부의 몫이다"고 했다.
그는 또 "총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진퇴를 밝혀야 국민이 납득하고 용서를 해준다. 그래야 검찰에 남아 있는 후배들이 조직을 건강하게 재건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사장 출신의 P변호사는 "총장이 사과 외에 다른 것을 하려고 하면 안된다. 자칫 무리하면 내부의 반목만 생겨 국민 눈에 볼썽사나운 꼴만 비춰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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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돌이켜 보면 10여 년 전에도 검찰에 큰 위기가 있었다. DJ정권의 3대 게이트로 알려진 '진경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에 검찰이 포위돼, 검찰 총장이 항소심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100년 검찰 역사상 최악의 위기라고도 했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검찰을 떠나 있던 이명재 전 고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이명재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인은 명예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며 "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말로 검사들이 도덕성과 명예를 소중히 할 것을 주문했다.
단 한 문장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검사들은 가슴이 먹먹해졌고 눈시울은 불거졌다. 그리고 한동안 국민들의 가슴을 짓눌렀던 '불안'도 일거에 날려버렸다.
또 사분오열된 검찰조직을 향해 '내적 단결'을 호소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나는 기러기는 무리를 지어 날기 때문에 집단 양력이 생겨 멀리 오래 날고 위엄도 갖춰 어떤 난폭한 조류들도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는 비유의 말로 내부단결을 통한 조직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후배들이 전별금을 받는 등 행위로 처신에 문제가 되는 것을 '곁불'을 인용해 우회적으로 지적도 했지만 위신도 생각한 진정한 검찰 총장이었다.
그리고 총장 재직시 서울지검 강력부서 피의자가 구타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지검장 보다 먼저 자리를 내놓고 검찰을 떠나면서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줬다.
지금도 최고로 존경받는 검찰총장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이 전 총장에게는 있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이 말한 '대중을 통솔하는 길이란 위신뿐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고 또 위신이 있던 검사였다.
그는 검사가 무릎꿇고 죽으면 안되는 이유를 10년전에 취임사를 통해 말했고 검찰을 떠나면서 행동으로 보여줬다.
대검 감찰본부가 최재경 중수부장을 감찰한다고 한다. 아주 이례적이고 전격적인 공개 감찰이다. 총장의 중수부 폐지에 극렬 반대하는 최 중수부장에 대해 보복성 감찰이라는 평이 나온다.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