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밤 8시25분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총성과 같은 폭음이 울려퍼졌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불은 1시간30여분 만에 건물 8채와 점포 19개를 태우고서야 한풀 꺾였다.
한 순간 잿더미로 변해버린 정든 이웃 가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빛에는 안도와 안타까움이 뒤섞였다. 화재가 발생한 골목은 종로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옛날 정취'를 잘 담고 있던 서울 속의 작은 서울이었다.
인사동과 종각역 근처에 자리해 있고 삼성, SK 등 대기업도 인근해 퇴근 후 직장인들은 물론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인근 피맛골도 재개발과 동시에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해 몇 남아있지 않은 옛날 골목이어서 서민들의 애정은 더욱 깊었다. 하지만 이 옛스러움과 정스러움이 되레 서민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경찰조사 결과 세월이 묻어 있는 낡은 건물은 목조로 지어져 너무나 쉽게 불에 탔고 빠르게 옆 건물로 옮겨갔다.
이웃 건물끼리 정답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도 불이 주춤할 틈 없이 급속도로 번지게 했다. 미로와 같이 꼬불꼬불 좁은 골목탓에 서울 종로, 용산소방서 등 6개 소방서에서 출동시킨 60여대 소방차 가운데 몇 대만이 초기 진화에 투입될 수 있었다. 소방로가 확보되지 못한 탓에 불을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31일에도 종로구에 있는 서울극장 옆 상가밀집지역에 화재가 발생해 식당 등 17개 점포가 소실된 바 있어 채 석달이 지나지 않은 '닮은꼴' 사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지역,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 화재예방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소방로, 진화 시설 등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18일 공평동·인사동 일대 노후 건축물에 대한 소방안전시설 점검을 실시하고 및 소방도로 확충을 위한 '소규모 맞춤형 정비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잿더미가 되버린 한국의 전통거리 인사동의 모습을 분주히 카메라로 담는 외국인들을 바라보면서 2008년 숭례문 화재가 겹쳐 떠오른다. 그들이 추억으로 담고 가는 한국의 모습이 더 이상 불기둥이나 잿더미 폐허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