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목영준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장

"그야말로 놀았습니다. 공직에 있을 땐 '놀러다닌다'는 말이 나올까봐 못간 남미나 인도네시아도 가보고 법률서적이 아닌 '데미안' 같은 세계문학전집이나 인문학서적도 읽었습니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관에서 물러나며 34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목영준 김앤장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장(58·연수원 10기·사진)은 퇴임 직후 7개월 동안 푹 쉬었다는 말로 근황을 전했다.
스스로 무겁고 조심스러웠던 공직에서 물러나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위 법관인 헌법재판관으로서 언론 등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난 것도 어깨를 가볍게 했다는 말이 덧붙었다.
해외를 여행하는 도중 즐거운 일도 있었다. 페루의 '마추픽추'를 여행하던 중 목 위원장 일행은 콜롬비아에서 수학여행을 온 현지 여학생 일행과 마주쳤다.
"여학생 수십 명이 '한국에서 왔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더라고요.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지 한국인이란 이유로 콜롬비아의 이름 모를 어린 학생들의 환대를 받으며 자긍심을 느꼈다고 한다. 퇴임 직전 미국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강연을 하며 만원사례를 이룬 것도 우리 국민은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 사례로 꼽았다.

"아직 병아리 단계지만 사회공헌을 무겁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희 세대 전문지식인들은 굉장한 혜택을 받았거든요. 건강하고 머리가 좋아서 사법시험에 붙은 것도 혜택이죠. 봉사는 이렇게 누리는 혜택을 나만 위해서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위해 나눠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게 10이라면 그중에 6~7만 쓰고 3~4는 나눠쓰려고 합니다."
목 위원장은 이달 초 김앤장에서 사회공헌위원회를 맡으며 법조계에 복귀했다. 퇴임한 고위법관으로서 변호사 활동도, 정계입문도 아닌 '재능나눔'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해 말 박근혜정부의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인선이 난항을 겪으며 매번 후보 물망에 오른 그였지만 차기 헌재소장,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되레 불편했다는 말도 덧붙었다.
목 위원장은 "법관으로 근무하며 5공화국 시대 어려운 상황에서도 반체제인사들을 변호하는 인권변호사들을 보며 참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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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높은 법대에서 군사독재 시절 시위혐의 등으로 기소된 학생들을 변호하는 인권변호사들을 봐왔고 헌법재판관 시절엔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리해 헌법소송을 하는 공익변호사그룹 후배들을 보며 한 수 배웠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공직을 벗어나면 법률관련 업무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마침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본격적인 공익사업에 나서 합류하게 됐다"고 사회공헌위원장직을 수락한 동기를 밝혔다.
목 위원장이 사회공헌위원장으로서 처음 손댄 아이템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법률자문이다. 최근 남북관계 악화로 설비를 고스란히 둔 채 쫓겨난 영세사업가들을 돕겠다는 것이다. 목 위원장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돕는 방법으로 '배상'이 아닌 '보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상이 누군가의 과실로 발생한 피해를 보전하는 것이라면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발생한 피해에 대해선 입법을 통해 나라가 '보상'해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 위원장이 이끄는 김앤장사회공헌위원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개성공단 피해법률의 입법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