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혼외자 논란에 짓밟힌 '아동인권'

채동욱 혼외자 논란에 짓밟힌 '아동인권'

황보람 기자
2013.09.11 15:50

의혹보도부터 해명편지까지 인권 실종… "강제출국 당한셈"

채동욱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가 제기한 '혼외자식 의혹'과 관련해 강력하게 부인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뉴스1
채동욱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가 제기한 '혼외자식 의혹'과 관련해 강력하게 부인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뉴스1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 보도 과정에서 아동의 인권이 철저히 묵살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권법 관련 전문가들은 의혹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전 과정에서 기자뿐 아니라 취재원 및 아동의 어머니까지도 '인권'은 안중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제목으로 1면 머릿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서는 내연 관계로 지목한 여성의 집 위치와 사진, 그 자녀의 학적부 내용과 친구들의 목소리까지 전하며 의혹을 뒷받침했다.

◇SNS엔 아동 사진까지 유포돼, 아동 인권 철저히 묵살

전문가들은 '공직자 윤리'와 관련된 내용이라도 '아동'이 당사자일 경우 '알권리'보다 '인격권'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규정에도 18세 미만 청소년은 '특별히 보호해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손정혜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공직자 윤리'는 알권리 차원이긴 하지만 아동을 특정하는 문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아동의 학교를 찾아가 취재하는 것 자체가 당사자의 삶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SNS 등에서는 아동 이름과 학교는 물론 사진까지 유포됐다. 손 이사는 언론 보도에서 '개인 정보의 전파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동복지법 17조에서는 아동의 정신발달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경우를 '정서적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16조에도 아동은 사생활과 가족 등에 대해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받지 않으며 명예나 명성에 공격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영중 서울지변 인권위원장은 "당사자 아동은 학교와 집이 모두 노출돼 친구와 생활근거지를 다 잃은 것"이라며 "아동이 해외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원치 않게 강제출국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설령 이 아동이 채 총장의 자녀라고 할 지라도 스스로 '공인'은 아니기 때문에 언론이 사생활을 보도할 권리는 없다는 설명이다.

법인권사회연구소 이창수 준비위원장은 "공직자의 윤리와 관련된 기사라고 해도 '공직'을 '수행'하는 것과 관련된 윤리이지 사생활 부분인가에 대한 의문도 나올 수 있다"면서 "일련의 기사들은 채 총장의 기사라기 보다는 아동과 어머니의 사생활 기사"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기사에 등장한 '학교 관계자'나 편지를 통해 의혹을 해명한 어머니 모두 아동의 사생활과 인권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친자확인 DNA 분석? 누구도 아동에게 요구할 권리 없어

의혹이 거세지자 채 총장은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DNA 조사도 할 용의가 있다"고 역공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요구 또한 아동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의 어머니는 편지를 통해 더이상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회적인 입장을 내놨다.

손 이사는 "아동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법정 대리인인 어머니가 DNA 분석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의사표시로 인정된다"면서 "아동과 어머니의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아동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면서 의사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논란을 끝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실상 유전자 분석을 통한 친자 관계 확인뿐이다. 하지만 아동과 그 어머니가 동의하지 않는 한 언론이나 채 총장 역시 이를 요구하거나 강제할 권리가 없다.

오 위원장은 "법률상 가족인 아내나 자녀가 법적인 다툼을 한다거나 혼외자로 지목된 사람이나 아동이 친자확인 소송을 벌이는 게 아닌 한 누구도 유전자 분석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법적인 다툼 등 일말의 정당성도 없다면 아동을 분쟁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어른들 싸움·정치적인 문제에 아동을 이용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보도 형태는 정치적·윤리적 검증이라기 보다는 폭로저널리즘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이어 "아동 측에서는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되는 문제"라며 "거대 언론에서 나중에 돈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아동의 삶과 사회적 차별을 도외시 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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