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페북'하던 경찰, 그들은 다 어디로 갔나

[기자수첩]'페북'하던 경찰, 그들은 다 어디로 갔나

이창명 기자
2013.10.15 06:06

2년 전 쯤 처음 경찰서에 출입할 때의 일이다. 경찰서를 들어갈 때마다 경찰관이 페이스북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페이스북 사용법에 대해 물어보는 경찰관들도 있었다. 상급 경찰서와 간부들이 국민과 소통 강화를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을 적극 권장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적극 이용하는 황정인 전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이 성동서 수사과장으로 지난주 전보됐다. 그는 페이스북에 "감찰이 경찰서 어느 사무실에 불쑥 들어갔는데 그 순간에 졸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었다가는 곧바로 문책당한다는 괴담이 돌던데 사실임?"이라며 "더 높은 계급에서는 낮에도 대놓고 내실에서 쉬고 계시는 경우도 많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 서울경찰청의 암행감찰에서 새벽 근무 태만 지적을 받은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1개 형사당직팀이 해체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사실 이 정도 비판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아닌데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부 경찰관으로서 고생하는 동료 경찰관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경찰의 이번 대응을 지나치기 어려운 것은 훨씬 더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경찰 내부의 비판이 더 이상 불가능해 보여서다. 이미 경찰은 국가정보원 수사 당시 경찰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한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한 언론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경고까지 줬다.

경찰이 정권 눈치를 보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찰 최고 간부들의 책임이 그만큼 무거운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황 과장이나 권 과장에 대한 경찰 내부 평가조차 엇갈릴 정도로 내부 비판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일반 경찰관들 중에서도 두 사람이 그냥 조용히 있어주길 바라는 이들도 많다는 얘기다. 경찰에 대한 불신을 그저 최고 간부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최근 용산참사의 책임자로 불리는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추천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전문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에게 수십년간 공군 지휘관을 지냈거나 정부에서 항공정책을 수행한 경력을 갖고 있는 유력 후보들이 밀려났다. 누가 봐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도 경찰의 페이스북엔 김 전 청장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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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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