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층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경찰 "오전 짙은 안개로 시야 확보 어려움에 사고난 듯"

16일 오전 헬기 추락사고가 벌어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현장은 끔찍했다. 추락한 헬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사고 헬기가 부딪친 102동 아이파크 건물 바로 옆에 있는 101동 로비 앞에도 사고헬기의 유리조각들이 널려 있다. 101동 로비 현관문 위에 있는 유리지붕은 헬기가 추락하면서 떨어져 나온 기체 파편들로 인해 깨져 있었다.
아이파크 101동 로비에서 근무하는 고모씨는 이날 현장에서 마주친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장면을 목격했다고 했다. 고씨는 "헬기가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는 보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쿵'하는 소리가 나서 밖을 쳐다보니 헬기 앞부분부터 추락하고 있었고 2분 정도 지나자 소방서에서 출동했다"고 말했다.
헬기가 부딪친 곳을 올려다보니 건물의 창문이 사라졌고 헬기가 크게 할퀴고 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고가 벌어진 시각에도 사고 사실을 몰랐던 인근 주민들은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보고 달려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사고 시각에 큰 굉음이 나지 않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옆 건물인 103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사고 당시 깨어 있었는데도 사고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기출 강남경찰서장은 "사고 헬기가 짙은 안개나 연무 등으로 시야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동경로를 착각한 것 같다"며 "아파트 후면에 정면으로 들어와서 부딪치기 보단 측면에서 들어오다 프로펠러가 건물에 닿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헬기가 당시 왜 이렇게 낮은 고도에서 이동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휴일인 이날 경찰과 소방당국, LG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오전 8시45분쯤 LG전자 소속 헬기가 김포에서 이륙해 잠실선착장으로 이동하다 오전 8시54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102동 아파트 후면 23~27층 사이에 부딪혀 추락했다.
탑승자인 박인규 기장(58)과 고종진 부기장(37)이 사망했다. 이들은 잠실선착장에서 LG전자 임원을 태우고 LG전자 전주사업장으로 이동하려다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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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가 부딪친 아파트 22층부터 27층까지 주민들은 모두 32명이었으며 인근 오크우드 호텔과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이동했다. 모두 외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주민 2명은 사고로 놀라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에는 경찰과 군인, 소방서, LG그룹과 LG전자 관계자들이 모두 총출동했다.
박원순 시장은 오후 12시44분쯤 현장에 도착해 소방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박 시장은 "고층건물이 밀집한 곳에서 헬기 충돌사고가 벌어졌다"며 "불행 중 다행으로 아찔한 대형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항공은 국토교통부 관할이라 서울항공청이 담당하고 있다"며 "오늘 오전 9시30분 소방당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이번 사고와 관련된 개선책이나 대응책을 국토부에 협의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설명했다.
사고 헬기는 8인승으로 미국 시코르시카스사가 제작한 HL9294 기종이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 이 헬기를 구입했다.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국토교통부 항공조사반에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정오쯤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도 현장에 도착해 사고원인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현장에 도착한 남상건 LG전자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은 "야구경기를 보러가기 위한 것은 말도 안된다"며 불의의 사고가 벌어져 안타까운 심경이고 최대한 빨리 수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