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종북논란의 거울 될까

영화 '변호인', 종북논란의 거울 될까

이태성 기자
2013.12.07 06:20

"종북이라는 단어가 과거 '빨갱이'의 개념을 넘어서 쓰이고 있다" 지적

#1981년, 31살의 청년이 영문도 모른채 남영동 치안본부로 끌려간다. 수사관들은 '공산주의자냐'고 물었고 그가 이를 부인하자 구타가 시작됐다. 이후 며칠간 물고문, 전기고문 등 갖은 고문이 가해졌다.

그는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했을 뿐이었지만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가보안법, 반공법, 계엄법 위반 등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재판에서 그는 "구타와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듬해 대법원은 그에게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 위 사례는 당시 그 사건에 휘말렸던 이태복씨(63)의 이야기다. 그는 하루아침에 '빨갱이'로 찍혀 모진 고문과 옥살이를 겪어야 했다.

부림사건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통치기반을 확보하고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군사 쿠테타로 대통령이 된 전 전대통령이 공안정국을 통해 자신에 대한 논란을 북한으로 돌리는 동시에 자신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을 미리 제압하려 한 것이다.

부림사건 외에도 한국 현대사에는 수 많은 용공조작 사건이 존재한다.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건을 통해 수 많은 민주화 인사나 무고한 사람들이 빨갱이로 내몰려 희생됐다.

최근 몇달간 '종북'이라는 수식어를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여당 의원들의 입에서 '종북'이라는 말을 듣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종북신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박 신부의 발언을 문제삼아 정의구현사제단을 '종북구현사제단'으로 칭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에게도 종북검사라는 딱지가 붙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을 '종북 숙주'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재 종북이라는 말이 정부와 여당, 보수 단체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변호사는 "종북이라는 단어가 과거 '빨갱이'의 개념을 넘어서 쓰이고 있다"며 "여당 의원들이 나서서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에 종북딱지를 붙이는 것은 공안정국을 떠올리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종북'논란으로 이념전쟁에 휘말렸다"며 "다양한 의견을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조항을 강조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림사건의 피해자 이씨에 대한 재심은 2009년에서야 개시됐다.

재심 재판부는 2010년 이씨에게 무죄 및 면소를 선고했다. 이때 재판부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하여, 그리고 피고인들의 작은 신음에도 귀기울여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한 과거 재판부의 과오에 대하여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29년만에 이뤄진 사법부의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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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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