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기업 정상화, '낙하산 인사'는 덮어둔다?

[기자수첩]공기업 정상화, '낙하산 인사'는 덮어둔다?

황보람 기자
2014.01.20 05:47

'썩은 물건에는 뚜껑을 덮어둔다'는 일본 속담이 있다. '종기는 더 곪기 전에 도려내야 한다'는 우리식 사고와는 정반대다. 잘못된 일을 덮는 것보다는 과감히 도려내고 나가는 게 우리의 습성이다.

공기업 정상화 이야기다. 우리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걸고 공기업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철도노조 파업이 본보기였다. 정부는 일찍이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손해배상 청구부터 직위해제, 노조 지도부 구속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노조와의 전쟁'이었다.

사장들에게도 으름장을 놨다. 산업통상부 장관은 공기업 사장들을 불러모아 "부채와 방만경영을 개선하지 못하면 사표 쓸 각오를 하라"고 했다. 썩은 종기를 도려내겠다는 각오다. 오랫동안 묵힌 공기업 문제들이 제대로 공론의 장에 섰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정부가 슬쩍 덮어놓은 뚜껑이 있다. 언급도 꺼린다. 바로 '낙하산 인사'로 대변되는 비전문적 인사 등용이다. 정부는 사장들에게 '제대로 하라'고 호통을 치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사장을 앉혔는가'라는 물음에는 고개를 돌린다.

낙하산 인사는 이제 관습이 됐다. 일종의 '비정상의 일상화'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기여한 일등공신들을 챙겨달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한다. 공기업 사장이라는 일등 보직을 정권 창출의 보상으로 나눠야 한다는 인식이 으레 수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공기업 정상화의 시작은 '낙하산 걷어내기'부터 라고 입을 모은다. 노동자 하나하나에게는 썩은 종기를 보듯 칼을 들이대면서 정작 낙하산 임명 문제는 외면한다면 정부의 '정상화 프로젝트'는 번짓수를 잘못 짚은 독단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용산참사가 5주기를 맞았다. 용산 사건을 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됐다. 유가족들은 말도 안된다며 울부짖었다. 용산 유가족이 아니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 도대체 전문성 하나 없는 후보가 어떤 항목에서 점수를 받아 사장이 됐단 말인가.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는 이러한 질문을 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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