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공단은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의 일종인 소세포암, 편평세포암과 인과관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환영한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송 과정을 통해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확인되고 그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금연운동이 확산된다면 공단의 담배소송은 절반 이상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말처럼 한 때 담배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물건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스, 택시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항상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담배가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에 대해 아무런 인식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담배 연기가 싫어도 담배 피우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없었다.
간접흡연이 문제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실제 90년대만 해도 사무실이나 응접실 테이블 위에 담배와 재떨이가 필수품처럼 비치돼 있었다. 흡연자들은 바로 옆에 임신부가 있어도 거리낌 없이 담배를 빼어 물었다. 당시 임신부들은 담배 연기가 자신과 태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 채 간접흡연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담배의 유해성이 널리 알려졌고 외국에서 진행된 담배 소송 결과에 따라 담배회사들이 거액의 합의금을 물고 있다.
담배에는 4800여 종의 화학물질과 69종의 발암 및 발암의심 물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담배를 피우는 것 뿐 아니라 옆에서 담배 연기를 흡입하는 간접흡연 역시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일순 교수에 따르면 한 공간에서 어떤 사람이 담배를 피울 경우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25% 정도의 영향을 받는다. 이를 통해 직접흡연을 할 때의 10% 수준의 피해를 입는다.
간접흡연은 단순한 불쾌감을 벗어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한두 번의 간접흡연으로도 유전자 손상이나 혈관내벽 손상이 올 수 있고 흡연 사망자의 10%는 간접흡연자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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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선하 연세대학교 교수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130만명을 19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흡연은 암 위험을 최고 6.5배까지 높였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비용으로만 1조7000억원이 들었다. 박근칠 삼성서울병원 교수와 미국 브로드 연구소 공동 연구에서는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흡연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담배의 유해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음에도 그동안 담배회사는 당연히 가져야할 '책임'을 회피해왔다. 흡연자는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건강증진기금 354원을 부담하고 국민들은 흡연으로 인한 질병에 매년 1조700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정작 원인을 제공하고 담배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담배회사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부담의 형평성과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는다.
건강보험공단이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고 보험재정 손실을 막기 위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하기로 결정 하자, 여러 지자체 의회에서도 이에 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흡연피해 구제 결의안을 상정해 자치단체가 담배소송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단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흡연의 폐해와 흡연이 국민 건강에 어떤 위험이 되는지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이는 작게 보면 보험재정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넓게 보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매우 효과적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