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서 260조원 합의금 타낸 담배소송, 한국은?

[기고]미국서 260조원 합의금 타낸 담배소송, 한국은?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4.03.26 14:35
제철웅 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철웅 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세계 흡연 사망자가 연간 600만명에 달한다. 이중 간접흡연 사망자만 60만명으로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유럽연합(UN)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의 3.4% 수준이다."

국제보건기구(WHO)와 미국보건총감보고서, 유럽연합 공동 조사연구 등 공식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흡연이 국민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질병의 주원인이라는 점은 의학적으로나 통계적으로도 팩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피해상황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흡연피해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해 8월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크게 덜어줬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자료를 이용해 130만명의 건강이력을 19년간 개별적으로 추적해 분석한 이 보고서는 남성흡연자의 후두암, 폐암, 식도암 발병률이 비흡연자보다 3.6~6.5배 높다는 것과 2011년 건강보험 진료비 중 3.7%에 해당하는 1조7000억원이 흡연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동안 건보공단은 건강이력에 관한 빅데이터 연구를 꾸준히 지원해 제3자 책임에 따른 건강보험 지출액 증가 자료를 확보했다. 연구팀을 따로 조직해 수년동안 흡연 관련 담배회사 책임에 관한 다른 나라의 법리 및 사례도 심도 있게 조사했다. 흡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는 소세포암(폐암)이나 편평세포암(후두암) 환자와 그 비용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담배 소비자는 담배 1갑 당 354원의 건강증진기금을 부담한다. 건보공단은 흡연 때문에 생긴 질병 치료로 매년 1조7000억원의 의료비를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원인 제공자이자 매년 1조원의 수익을 올리는 담배제조 및 수입회사는 단 한 푼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 분명히 비정상이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담배회사들은 자신들이 건강증진기금으로 매년 1조원을 낸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건강증진기금은 정부가 직접 걷어야 할 돈을 편의상 담배가격에 포함시켜 걷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기금은 담배 원가에도 포함시키지 않는다. 담배회사가 순수 의지로 내는 돈이 아니다.

이제라도 담배회사는 수익 극대화에만 매몰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 확산과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정서와 상식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수익을 담배 관련 질병 치료 등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기업윤리에도 맞는다.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과거 담배사업을 정부가 주관했으므로 자칫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KT&G는 2002년에 완전 민영화됐다. 당시 국가의 관련 권리와 의무도 모두 민간 기업인 KT&G로 승계됐다. 따라서 담배소송은 건보공단이 민간회사에 제기하는 소송이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소송에 필요한 비용이 보험재정이므로 패소할 경우 보험료 손실을 우려하기도 한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아무도 모른다.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건보공단의 소송 금액이 10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인지세와 변호사비 등 제반비용은 최대 10억원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담배소송을 통해 금연 운동이 확산되고, 흡연 폐해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로 가치가 있다.

물론 국민의 돈으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보공단은 승소하기 위해 소송 규모와 범위, 치밀한 법리구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국의 주정부가 소송 반대론자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260조원 배상도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일부 경제부처에서 세수수입 감소를 이유로 담배소송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면 이는 지나치게 근시안적 자세다. 흡연 폐해를 줄이는 것이 가져올 이익은 줄어든 세수 수입 규모의 수십 배를 넘는다고 확신한다. 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바꿀 수 없고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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