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파 시내버스 추돌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간 사고를 두고 경찰이 사고원인을 사망한 운전기사 탓으로만 결론내려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 만인 지난달 29일 버스의 블랙박스 영상과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복원 분석해 1차 사고의 원인이 숨진 운전기사의 졸음운전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운전자가 사고 전 계속 졸음운전을 하고 신호대기 중 진행신호로 바뀌어도 출발하지 않은 모습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2차 사고의 원인이 1차 사고로 인한 브레이크 혹은 가솔페달의 결함인지 여부를 계속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운전기사 염모씨(60)가 사고 사흘 전 마라톤 풀코스를 뛴 데다 사고 당일 근무 규정의 2배인 18시간을 연속 근무해 피곤한 상태였다며 '운전자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경찰의 발표 직후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경찰이 운전자 과실 쪽으로만 계속 몰아가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졸음운전으로 1차 사고를 낼 수는 있지만 경력 20년의 베테랑 기사가 브레이크와 엑셀을 착각하는 등 실수로 2차 사고까지 낼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전문가들도 1차 사고 이후 멈추지 않고 1분 가량 운행을 계속한 이유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버스에 탑승했던 승객들도 버스기사가 1차 사고 이후 버스를 멈추기 위해 애썼고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일관되게 증언해왔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버스가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 받은 1차 사고보다는 버스끼리 충돌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2차 사고에 있다. 1차 사고 이후 기사는 왜 버스를 계속해서 운행했는지, 2차 충돌 직전까지 버스가 왜 가속이 됐는지 등 풀어야 할 의문들이 적잖다.
경찰은 송파 버스사고가 전적으로 사망한 운전자의 과실인지, 1차 추돌사고에 따른 차체결함 때문인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2차 충돌 직전 블랙박스 영상 복원 실패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사고 원인을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단순화하는 과오를 범해선 안된다. 의문점을 풀기 위해선 송파 버스사고와 유사점이 많은 인천 38-1번 버스사고에 대한 집중적 수사 역시 필수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교통 이용객은 하루 평균 1099만7000명. 이 가운데 41%인 454만8000명이 매일 시내버스에 오른다. 사고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전까지 시민들의 불안한 출퇴근길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