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9>] '상해치사'vs'살인' 범죄적용 달라… 양형기준상 상해치사, 최대 징역 10년6월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들이 지난 11일 나란히 법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처벌수위가 너무 낮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법원은 국민적 공분을 산 이들 계모에게 과연 솜방망이 처벌을 한 걸까요. 현행법과 양형기준상 이들 계모에게 적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은 어디까지일까요.
대구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성엽)는 11일 오전 상해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칠곡계모' 임모씨(35)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또 친딸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친부 김모씨(38)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구형(임씨 징역 20년, 김씨 징역 7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오후에는 울산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정계선)가 '울산계모' 박모씨(40)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이에 한참 못 미칩니다.

◇8세 여아, 무자비한 폭행으로 생명 앗아갔는데 처벌은 고작…
이들 계모는 공통적으로 여덟 살의 어린 의붓딸을 잔인하게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임씨는 의붓딸인 A양을 때린 뒤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결국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숨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범죄를, 죽은 A양의 언니 B양(12)에게 뒤집어씌우려 했습니다.
박씨 역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 C양을 주먹과 발로 무참히 폭행했습니다.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졌습니다. 결국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C양은 숨을 거뒀습니다.
두 계모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가 징역 10년, 15년에 그친 것은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 때문입니다. 검찰은 임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박씨의 경우 경찰은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이 범행을 상해치사로 규정했습니다.
살인과 상해치사는 현행 양형기준 상 처벌 수위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살인죄는 그 의도가 가장 악독한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의 경우 가중요소까지 더하면 사형도 가능합니다. 검찰이 박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것 역시 이를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상해치사는 가중요소를 적용해도 4~7년의 징역이 고작입니다. 여기에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이면 최대 형량의 절반까지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양형기준상 이들 계모에 대한 최대 징역은 10년6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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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아닌 '상해치사' 적용, 양형기준상 징역 10.5년이 최고 처벌
임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양형기준 상 최대치에 육박하는 처벌을 받았습니다. 박씨의 경우 상해치사에 상해 2건이 더해져 각각 최대형량인 10년6월과 3년 등 다수범 가중 결과에 따라 징역13년이 양형기준 상 최대 처벌 수위입니다. 법원은 이를 2년 넘어서는 15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상해치사라는 범죄를 적용한 이상 이를 넘어서는 수위의 처벌은 쉽지 않습니다. 실제 이번 선고는 최근 아동학대치사죄에서 선고된 형량보다 더 높거나 비슷합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8살 아들을 베란다에 감금하고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로 기소된 계모 권모씨(33·재중동포)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의붓딸을 소금 중독으로 숨지게 해 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계모 양모(51)씨는 항소심에서 임씨와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임씨를 기소한 검찰과 박씨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왜 이들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을까요? 여기에는 법리적인 해석이 필요합니다.
현행 규정 상 살인죄는 타인의 목숨을 빼앗겠다는 명확한 의사로 행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됩니다. 흉기로 급소를 찌르는 등의 행위가 있을 때 적용됩니다.
◇아동대상 폭행이 사망에 이른 경우, 법리적 판단 필요
반면 상해치사는 고의성이 살인죄보다 덜할 때 적용됩니다. 이들 두 계모의 고의성이 살인죄를 저지를 정도로 높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진 듯합니다.
물론 박씨를 기소한 검찰은 "피고인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씨 역시 지난해 8월14일 누워있는 A양의 배를 10회 이상 짓밟았습니다. 이날 오후 복통을 호소하는 A양에게 "거짓말을 한다"며 병원에 데려가기는커녕 다시 배를 15차례 가격했습니다.
여덟 살 어린 소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면서 "죽일 의사가 없었다", "사망할 줄 몰랐다"는 계모들의 해명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들 뿐 아니라 그간 자녀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비정한 부모들 중 대다수가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받았습니다. 심신이 미약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패륜 행위에 대해 어떤 범죄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법조계와 학계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살인 및 상해치사 외에 '폭행치사'라는 기준도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폭행으로 인해 사망했지만 가해자가 살인하겠다는 의도가 없었을 때 적용됩니다. 이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은 1년6월~5년으로 살인이나 상해치사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 내려집니다.
계모인 임씨와 박씨 모두 "살인 의사가 없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검찰과 법원이 이들에게 만일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면 이들에 대한 처벌도 훨씬 가벼워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이들에 대해 상해치사가 적용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01~2012년까지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97명에 달합니다. 매년 10명, 한 달에 1명꼴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어처구니없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행위로 인한 사망사건에 보다 강력한 법의 심판을 검토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