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00년 선고,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까

징역 1000년 선고,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법조팀(김만배 기자, 김미애, 이태성, 김정주, 황재하, )
2014.05.24 06:14

[서초동살롱<13>]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로 형법 개정 논란…대형사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강화는 별개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 담화로 해체가 결정된 해양경찰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겠지만 법조계도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선진국 중에서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수백년의 형을 선고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형법 개정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형법, 얼마나 뜯어고쳐야 하나

현행법상 우리 나라에서는 징역형의 상한은 최대 50년입니다. 형법 42조가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한다. 단,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50년까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42조만 고치면 박 대통령 말대로 수백년의 징역형이 가능할까요. 안타깝게도 형법 38조와 40조 등도 수정해야 합니다. 이 조항들은 여러 건의 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할 때는 가장 중한 형량의 절반만 가중(경합범 가중)하거나 피해자가 많아도 한 건의 범죄로 간주(상상적 경합)토록 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 말대로 징역 수백년을 선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형법의 여러 부분을 고쳐야 합니다. 한 법률전문가는 "형법에 병과주의(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죄를 저질렀을 때 각각의 죄에 대한 형을 모두 더해 처벌하는 원칙)를 도입하는 것은 형사법 시스템 전반을 고치는 일"이라며 "간단하게 논의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법률 전문가는 "병과주의를 도입하면 유기형이 사실상 무기형과 같은 효과를 가져와 형벌의 성질을 바꾼다"며 "단순히 형량을 늘리는 차원의 논의가 아닌 형사법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범죄자의 격리에만 치우쳐 범죄자를 교화시키고 사회에 복귀시키겠다는 교정주의 이념에 배치될 우려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법원의 한 판사는 "병과주의를 도입하면 결국 늘어나는 것은 형량의 상한선 뿐인데 어차피 판사들은 죄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포퓰리즘이라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병과주의 도입, 장점은

여러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병과주의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동안 저지른 범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된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살인죄가 적용된 이준석 선장 등은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지만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 등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 최대 징역 7년6월의 형만이 가능합니다. 희생자에 비해 책임자의 형량이 낮아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 변호사는 "우리 경합범 조항은 중범죄자에게 형량을 턱없이 할인해줄 수 있다"며 "대량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개별 형량을 피해자 수만큼 곱해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도 "범죄를 여러개 저지른 사람과 2개를 저지른 사람의 형량이 같을 수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제한적으로 병과주의를 도입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형법 개정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대통령의 발표로 대형사고 유발자에 대한 형량은 높아질 전망입니다. 법원행정처는 '세월호 사건 관련 사법부 종합대책'을 통해 "외국의 입법례를 심층 분석하고 연구하기 위해 정책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재판 사례를 분석하는 등 바람직한 방향의 입법이 이뤄지도록 사법부 차원의 연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정책 연구 용역과 수십~수백년씩 선고한 외국의 재판 사례들을 집중 분석, 앞으로는 대형 참사를 일으킨 책임자에게 적정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선한다는 계획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해당 범죄에 좀 더 엄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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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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