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칼을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상의 '우범자'로 처벌할 수 없으며, 검사가 해당 흉기가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양씨는 2024년 7월 자신을 폭행해 상해를 입힌 박모씨를 만난 뒤 전체 길이 43㎝, 칼날 길이 30㎝의 식칼을 휴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양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것으로 보고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우범자) 혐의를 적용했다.
1심과 2심은 해당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며 원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폭력행위처벌법 제7조에서 말하는 '이 법에 규정된 범죄'는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조에서 말하는 위험한 물건의 '휴대'는 범죄 현장에서 사용할 의도로 위험한 물건을 몸이나 몸 가까이에 소지하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를 휴대한 경우에는 다른 구체적인 범죄행위가 없더라도 휴대행위 자체만으로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흉기를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만큼 피고인이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를 휴대했다는 점 역시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 공소사실에는 양씨가 폭력행위처벌법상 어떤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식칼을 휴대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 양씨 역시 수사기관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식칼을 소지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소지했는지는 진술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은 폭력행위처벌법 제7조의 해석 및 우범자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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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은 우범자 혐의와 나머지 유죄 부분을 경합범으로 보고 하나의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은 원심 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