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소방관이 본 요양병원 화재 "열악한 인프라가…"

현직 소방관이 본 요양병원 화재 "열악한 인프라가…"

이창명 기자, 최동수
2014.05.28 12:15

["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2부>"안전은 시스템이다">]<2-2>지방 초기대응 인원 턱없이 부족

28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사랑요양병원 별관 건물 2층 다용도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8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사랑요양병원 별관 건물 2층 다용도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는 지방의 열악한 재난 인프라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현장 소방관들은 입을 모았다. 우선 부족한 인력이 재난을 키웠다는 분석이 많다.

28일 담양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7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사랑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신고를 받고 오전 0시31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은 구급대원 2명, 화재진압대원 3명 모두 5명뿐이었다.

사실상 대형화재에 초기 대응할 수 없는 인력이다. 서울의 경우 같은 시간 화재가 발생하면 구급 4, 소방 6명 등 모두 10여명의 인원이 출동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20여명까지 출동이 가능하다.

현재 장성군을 관할하는 소방서는 전남 담양소방서다. 이 소방서는 장성군과 함께 담양군, 곡성군까지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168명 정도의 인력을 갖춘 이 소방서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한 요양병원까지의 거리는 30km를 훌쩍 넘는다. 그만큼 지역 119센터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지만 야간 대기 인원이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일선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A소방관은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시킬 인력과 화재를 진압해야할 인력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최초 출동인원이 5명 밖에 되지 않는다면 인원대피도 화재진압도 초기에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피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는 소방관도 있었다. 서울의 한 일선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B소방관은 "사고 영상을 모니터링했는데 연기 속에서 대피할 때 전혀 훈련되지 않은 것 같다"며 "산소마스크도 하나도 없이 옷으로 입을 가리고 대피하는데 오히려 대피하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밖에 또 다른 C소방관은 요양병원의 내부구조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요양병원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은 곳"이라며 "희생자 대부분 2층에 있었던 분들인데 대피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만한 경사로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효사랑요양병원 별관 2층의 한 병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치매환자와 간호사 등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요양병원 별관 1층에 있던 44명은 대피했다. 본관에 있던 254명의 환자들은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80대 치매환자를 체포했다. 전남 장성경찰서는 사고 발생병원의 환자인 김모씨(81)를 방화 혐의로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화재 직전 별관 다용도실에 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치매환자인 김씨는 화재 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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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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